순천 출신 김만옥 한국화가가 그린 순천의 3·1만세운동 모습.김만옥 작가 제공
“삼국시대부터 여순사건까지 고향 순천의 역사를 그림으로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김만옥(79) 작가는 22일 저서 <그림으로 보는 역사 순천> 출판기념회를 앞두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순천의 오랜 역사 속 의미 있는 장면을 생생히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전남 순천에서 나고 자란 그는 이날 출판기념회와 함께 26일까지 순천시 문화건강센터 전시실에서 순천 역사화 전시를 열어 지난 6년 간의 작업을 공개한다.
김 작가는 60여년 간 한국화 작가로 활동하다 2015년께부터 삼국시대부터 현대까지 순천의 역사와 인물을 소재로 작업을 시작했다. 그동안 그린 그림만 1000여점에 이른다. 200호(가로 260㎝×세로 180㎝)부터 20호(72㎝×53㎝)까지 크기가 다양하다. 그림집에는 ‘순천의 연혁과 고을사의 뿌리’ ‘임진왜란 7년 전쟁과 순천사람들’ ‘충·효·예·흥학의 순천’ ‘충열 구국항쟁의 순천인’ 등 4부로 나눠 150점을 실었다. 전시회에서는 25점을 선보인다.
김 작가는 “작가로 오랜 기간 활동하면서 산수화, 인물화를 섭렵했는데 어느 날 남들이 하지 않은 의미 있는 작업을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며 “고향 순천은 10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니고 있는데 알려지지 않은 부분들이 많아 역사화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가장 많이 신경 쓴 부분은 고증이라고 했다. 현장 답사는 물론 조원래 순천대 사학과 명예교수의 감수를 받아 사실 그대로 표현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한다.
고려시대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연자루의 창건 당시 모습이나 조선시대 당시 인파가 몰리고 있는 순천 남문 전경, 동천이 감싸고 있는 순천 전경 등 지금은 잊힌 옛 모습을 그림에 담았다.
또 일제강점기인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손기정과 함께 마라톤에 출전해 동메달을 딴 순천 출신 마라토너 남승룡(1912∼2001), 1598년 정유재란 때 순천 인근 광양만에서 벌어진 노량해전, 순천 동학혁명, 여순사건 등 아픈 역사도 담아냈다.
김 작가는 올해 10월 여순사건 기념일이나 내년에 열리는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등을 활용해 많은 사람에게 작품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역사를 공부하다보니 동학혁명 때 순천에서 300여명이 죽는 등 우리나라 역사의 굴곡마다 순천이 등장했다”며 “순천이 어떻게 해서 ‘교육의 도시’이자 ‘항쟁의 도시’로 불리는지 그림을 통해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 손기정과 함께 출전해 동메달을 딴 순천 출신 마라토너 남승룡.김만옥 작가 제공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