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5월21일 오전 11시께 촬영한 계엄군의 장갑차 사진.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는 장갑차 기관총에 실탄이 장착된 모습을 통해 계엄군의 자위권 발동 논리가 허위라고 설명했다. 5·18조사위 제공
1980년 5월21일 광주에 투입된 계엄군이 집단 발포 전 장갑차 기관총에 실탄을 장전해놓은 모습이 담긴 사진이 뒤늦게 발견됐다.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5·18조사위)는 이 사진을 자위권(자기방어) 차원의 발포였다는 계엄군의 논리를 무너뜨리는 주요 증거로 꼽고 있다.
5·18조사위는 22일 <광주일보>로부터 받은 5·18 민주화운동 당시 사진 3600여장 중 일부 사진을 공개했다. 1980년 신군부의 언론통폐합 조치로 옛 <전남일보>와 <전남매일>이 합쳐져 탄생한 <광주일보>는 최근 보관하고 있던 필름 자료에서 5·18 관련 사진을 발굴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위는 1980년 5월21일 오전 금남로를 위에서 아래로 바라보며 계엄군 장갑차를 찍은 사진 중 계엄군 장갑차 기관총(캘리버 50)에 실탄을 장착한 모습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조사위는 사진을 찍은 장소는 당시 <전남일보> 사옥이 있던 전일빌딩 상층으로, 그림자 방향으로 미뤄 옛 전남도청 앞 집단 발포 2시간 전인 오전 11시께로 추정했다. 사진 촬영자는 밝혀지지 않았다.
5·18 민주화운동 당시인 1980년 5월21일 오전 광주 동구 금남로4가 사거리에 쓰러져 있는 시민 모습. 5·18조사위 제공
조사위는 이를 두고 ‘당시 실탄이 지급되지 않았으나 시민의 차량 돌진 공격으로 생명의 위협을 느껴 31사단으로부터 경계용 실탄을 넘겨받아 발포했다’는 신군부 주장의 허위성을 증명하는 확실한 증거라고 강조했다. 앞서 11공수여단 62대대 소속 김아무개 하사와 김아무개 일병은 “캘리버50에 실탄을 걸어놓았다”고 조사위에 증언하기도 했다. 조사위는 “그동안 1980년 5월21일 오전 10~11시 계엄군의 M113 장갑차의 12.7㎜ 기관총에 탄통이 장착된 사진은 확보했지만 실탄 장착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다. 이번 사진에서 탄통의 실탄이 식별돼 실탄 사전 분배 사실을 명백히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재의 5·18기념재단 비상임 연구원은 “장갑차 사진을 보면 5·18 당시 계엄군이 옛 전남도청을 등진 채 지금의 전일빌딩 앞 금남로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장갑차 기관총을 장전하고 있었다는 계엄군의 증언과 기관총에 탄통이 장착된 사진은 확인된 적 있지만 실탄까지 확인된 사진은 이번이 처음이라 연구가치가 높다”고 말했다.
발견된 사진 중에는 태극기로 감싼 주검이 픽업트럭에 실려 있는 사진과 금남로4가 사거리에 시민이 쓰러져 있는 사진도 있었다. 조사위는 피격 정황 등 피해자 조사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최근 광주지역신문 <광주일보>로부터 제공받은 5·18 민주화운동 당시 태극기로 감싼 주검 사진. 5·18조사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