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광주경찰청 무등홀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광주·전남·전북 일선 경찰이 경찰 제도 개선에 관해 토론하고 있다.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이상민 행정안전부(행안부) 장관이 광주경찰청을 방문해 경찰국 신설 방안을 놓고 일선 경찰들과 토론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일부 경찰관들은 “토론회 자체가 행안부의 일방적인 지시로 이뤄진 형식적인 자리”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6일 이 장관은 광주경찰청 무등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서해 피살 공무원 사건’과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행정관의 해경 인사 개입 논란을 사례로 들며 경찰제도 개선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이 장관은 “행안부 내 경찰업무조직 신설로 치안 일선에서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경찰에 대한 새로운 통제가 생기는 것도 전혀 아니다”며 “변경되는 것은 그간 비공식적으로 잘못 운영되던 청와대의 직접적 경찰 지휘‧감독을, 헌법과 법률에 따라 행안부 장관이 권한을 행사하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신설 조직은 15~20명 정도의 규모로 만들어지는데 이런 규모를 가지고 13만이나 되는 경찰을 통제하고, 장악한다는 얘기는 어불성설”이라며 “지금의 논쟁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지만, 나중엔 소모적인 논쟁이었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토론회가 끝난 뒤 언론과 만난 자리에서 “경찰 직장협의회(직협) 의견이 경찰 모두를 대표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해 찾았다. 서로 간에 쌓인 오해가 있으면 이러한 자리를 통해서 충분히 풀겠다”고 말했다.
이 장관의 설명과 달리 경찰 내부의 반발은 심화하는 모양새다. 이날 토론회엔 이날 토론회엔 광주경찰청 소속 39명, 전남청 5명, 전북청 5명 등 경찰 50여명이 참석했다.
광주경찰청 직협은 “행안부 장관은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왔지만, 현장 의견을 무시한 채 소위 경찰국(가칭)을 그대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 장관은 깊은 법률적 지식이 있고 달변가다. 우리 현장 경찰관들의 이야기를 깊이 경청하기보다는 경찰국 설치 추진에 대한 말을 많이 해 우려가 더 크다”고 밝혔다. 이날 한 시간 동안 진행된 토론회에서 이 장관은 모두 14분 동안 발언했다.
광주청 직협은 “행안부는 결국 법에 정해진 인사 제청권을 통해서 경찰을 지휘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 조직 특성상 경찰청장이나 지방경찰청장을 지휘하면 모든 조직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장관께서는 우리에게 ‘정치적 의도가 있지 않냐’, ‘야권하고 결탁이 있지 않냐’고 말씀하시는데 우리 270여개 직장협의회 대표들 누구의 지휘도 받지 않는다”며 “오히려 경찰청 지시가 아닌 행안부의 지시로 간담회를 여는 것 자체가 문제 있다. 청장, 부장 등 고위직들이 동석한 자리에서 일선 경찰이 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지적했다.
박정수 광주청 직협 회장은 “극단적 예를 들면 승진을 앞둔 경찰 고위직이 정권에 잘 보이려고 정부 비판 시위를 강경하게 진압하는 상황이 나올 수도 있다. 경찰과 행안부의 갈등으로 치부하지 말고 국민도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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