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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매, 어째 다 나무에 있다요?” 도심 왜가리 50여마리 어이할꼬

등록 2022-07-14 09:00수정 2022-07-14 09:18

나무 하나에 2~3마리씩 둥지
개발로 숲 사라지자 도심 진출
환경단체 “공존방안 모색해야”
올해 초부터 광주 서구 화정동 교직원공제회 앞 사거리 가로수에 둥지를 튼 왜가리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올해 초부터 광주 서구 화정동 교직원공제회 앞 사거리 가로수에 둥지를 튼 왜가리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오매 어쩐 일이당가. 저놈들이 왜 싹 다 나무 위에 올라가 있다요?”

11일 오후 광주 서구 화정동 교직원공제회 앞 사거리.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위에 덩치 큰 새무리가 눈에 띄었다. 나무 하나에 2~3마리씩 어림잡아 50여마리가 10m 높이의 가지 위에 앉아 쉬고 있었다. 광주천에서 먹이활동을 하다 날아온 왜가리 떼였다. 왜가리가 둥지를 튼 나무 밑 인도는 하얀 배설물로 뒤덮여 있었다. 행인들은 행여라도 새똥을 뒤집어쓸까 황급히 나무 밑을 지나쳤다. 인근 마트에서 장을 보고 귀가하던 이동훈(37)씨가 신기하다는 듯 나무 위를 한참 쳐다봤다. “촌에서나 보던 새들인디, 시내 한복판에서 보네. 차가 요렇게 많이 다니는디, 뭐 하러 저기다 집을 지었는가 모르겄네요.”

광주 서구청, 환경단체, 조류 전문가 등의 말을 종합하면 왜가리들은 원래 광주천에서 300여m 떨어진 농성동 광천초등학교 옆 숲에 서식하고 있었다. 2012년께 광주천 환경이 개선되자 왜가리들이 이 숲으로 몰려들었고, 학생들이 소음과 냄새, 배설물 위생 문제를 호소했다. 민원이 이어지자 2015년 6월께 서구청과 주민들은 가지치기와 수풀 정리 작업을 벌여 학교 옆 왜가리 서식지를 없앴다.

광주 북구 광주천에서 먹이활동을 하는 왜가리들이 서식처를 찾지 못해 이동한 추정 경로. 네이버 지도 갈무리
광주 북구 광주천에서 먹이활동을 하는 왜가리들이 서식처를 찾지 못해 이동한 추정 경로. 네이버 지도 갈무리

졸지에 둥지를 잃은 왜가리는 멀리 가지 않고 학교에서 800여m 떨어진 교직원공제회 사거리 인근 삼익맨션 아파트 숲에 자리 잡았다. 이곳에는 수령이 50년 안팎인 10m 높이의 히말라야시다(소나무 종류)가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그러자 이번엔 아파트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했다. 서구청은 가지치기, 새 기피제 살포 등 갖은 방법을 동원했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아파트관리사무소 쪽은 “4년 전쯤 왜가리가 오자 처음엔 신기하고 반기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배설물이 차에 떨어지고 왜가리가 잡아온 물고기가 땅에 떨어져 썩으면서 악취가 진동하는 등 피해가 심했다”고 말했다.

결국 지난해 말부터 서구청과 아파트관리사무소는 나무줄기만 놔둔 채 가지를 모두 잘라냈다. 왜가리들이 적당한 서식 장소를 찾지 못하자 올해 초 인근 가로수로 몰려들어 둥지를 틀기 시작했다. 서구청은 가로수에 둥지를 튼 왜가리가 200여마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서구청은 최대한 왜가리들을 보호하면서 민원을 해소한다는 방침이지만 뚜렷한 해결책은 찾지 못했다. 김기준 환경행정팀장은 “광천초 옆 숲 정리를 할 때 인공둥지도 검토했으나 전국적으로 성공 사례가 없어 시도하지 못했다. 배설물 관련 민원이 이어지고 있지만 무작정 쫓아버릴 수도 없어 난감하다”고 말했다.

광주 서구 화정동 교직원공제회 앞 사거리 상공을 날고 있는 왜가리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광주 서구 화정동 교직원공제회 앞 사거리 상공을 날고 있는 왜가리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환경단체와 새 전문가들은 인간의 개발 때문에 왜가리들이 서식처를 잃은 만큼 새와 인간이 공존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두표 호남대 교수는 “예전에는 왜가리들이 광주 외곽인 영산강 인근 운암산이나 어등산에 주로 있었다. 아파트단지를 조성하며 나무를 베어내자 경쟁에서 밀린 왜가리들이 도심으로 들어와 갈 곳을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왜가리는 5월에 알을 낳고 7월에 새끼가 크면 둥지를 떠난다. 이때만 지나면 소음은 없어지니 올해는 일단 견디면서 대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희 광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도 “왜가리처럼 큰 새가 쉴 수 있는 공간이 점차 사라지니 가로수로 내몰린 슬픈 현실이다.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올해 초 광주천에서 먹이활동을 하는 왜가리들이 둥지를 튼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교직원공제회 앞 사거리 인근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모습.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올해 초 광주천에서 먹이활동을 하는 왜가리들이 둥지를 튼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교직원공제회 앞 사거리 인근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모습.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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