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 한 학교 급식실에서 노동자들이 일을 하고 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광주지부 제공
이정선 신임 광주시교육감의 공약이었던 ‘방학 중 무상급식’ 정책이 축소됐다. 광주시교육청은 여름방학 때 무상급식을 시범 실시한 뒤 겨울방학 때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17일 광주시교육청의 설명을 종합하면, 150곳 초등학교 가운데 광주교대 부설초등학교 1곳과 유치원 10곳에서 방학 중 무상급식을 시범 실시한다. 이에 따라 광주교대 1·2학년 돌봄교실 참가자 70명과 유치원 10곳 원생은 여름방학 기간인 이달 27일부터 다음달 19일까지 급식을 무상으로 제공받는다. 나머지 149곳 초등학교 돌봄교실 1·2학년생과 116곳 유치원의 원생 1만여명은 기존처럼 개인 도시락을 지참해 가야 한다. ‘전국 최초로 방학 중에도 무상급식을 제공하겠다’던 이 교육감의 공약이 대폭 축소된 셈이다.
민주노총 광주본부와 전교조 광주지부,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광주지부 소속 노동자들이 지난 15일 광주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정선 시교육감의 밀어붙이기식 정책 추진 방식을 비판하고 있다. 민주노총 광주본부 제공
이 교육감이 야심차게 추진한 ‘방학 중 무상급식’이 차질을 빚은 것은, 학교 급식·돌봄 노동자의 의견 수렴 없이 취임 전 언론을 통해 이 방안이 확정된 것처럼 발표하면서 예고된 것이었다. 민주노총 광주본부는 최근 기자회견을 열어 “노동자의 근로조건이 바뀔 때는 노동조합과 합의하도록 법에 규정돼 있는데도, 교육감의 공약이라는 이유로 학교 구성원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독단적으로 밀어붙였다”고 비판했다. 김해정 민주노총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광주지부 교육선전국장은 “조리사들은 방학 때 임금을 받지 못해 힘들지만, 또 한편으론 방학 때 쉴 수 있어 열악한 근무 여건을 버티고 버텨왔다. 이러한 현장 여건을 무시한 채 일방통행식으로 추진한 게 문제였다”고 말했다.
광주시교육청은 여름방학 시범실시를 거쳐 다음 겨울방학 때 무상급식을 다시 추진할 방침이다. 대상은 150곳 초등학교 1·2학년 돌봄교실과 126곳 유치원 원생 등 1만100여명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시범실시 학교를 모니터링하고, 이후 학부모와 급식·돌봄 관련 종사자 등 이해당사자들과 협의체를 구성해 시행방안을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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