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 상가가 몰려 있는 광주 세정아울렛. 세정아울렛 상인회 제공
“막막하고 착잡합니다.”
광주광역시 광천동에 복합쇼핑몰 유치가 속도를 내면서 인근 상인들의 답답함은 커져가고 있다. 손님들이 대형 쇼핑몰에 몰리면서 고사하지 않겠냐는 우려다. 생존에 대한 불안은 광천동을 중심으로 3~4㎞ 떨어진 상가로까지 퍼져가고 있다.
김상묵 광주 세정아울렛 상인회장은 18일 <한겨레>와 만나 “복합쇼핑몰이 생기면 우리가 직격탄을 맡게 된다. 피가 역류하는 듯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광주 상무지구에 있는 세정아울렛은 광천동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곳이지만 복합아울렛 신설은 남의 일이 아니다. 김 회장은 “코로나19 탓에 2년간 너무 힘들었지만 광주시는 아무런 관심도 두지 않았다”고 말했다.
1만4215㎡(4300평) 규모의 쇼핑센터인 세정아울렛에는 모두 200여곳의 매장이 있다. 대부분 옷을 판다. 개인 상점이 모여 형성된 집단 상가 유통산업 발전법상 대규모 점포로 분류된 탓에 보조금 등 소상공인을 겨냥한 정부와 자치단체의 지원은 받지 못했다. 김 회장은 “복합쇼핑몰이 들어선다면 적어도 세정아울렛 가게들이 ‘전통시장 및 상점가에 관한 특별법’(전통시장법)에서 정하고 있는 ‘상점가’로라도 등록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며 “살아갈 수 있는 숨통이라도 틔워줘야 하지 않나”라고 되물었다. 전통시장법상 상점가로 인정되면 대규모 점포도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광주시 서구 광천동 금호월드 상가 건물. 금호월드 제공
복합쇼핑몰 유치 불안은 광천동 부근 상가가 더 심하다. 1998년에 문을 연 복합센터 금호월드가 그 예다. 이 곳에는 가전·가구·혼수·컴퓨터 등을 파는 270여개 매장이 있다. 김동규 중소상인살리기 지역네트워크 대표는 “복합쇼핑몰에 찬성하는 주민 의견이 많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추진하지 말고. 적어도 그에 반대하는 중소 상인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소통의 틀이라도 만들어야 한다”며 “금호월드 상인들은 불안감으로 하루하루를 버텨는 중”이라고 말했다.
광주소상공인연합회는 복합쇼핑몰 유치와 관련한 대응 방안 마련에 본격 나섰다. 일단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회원 상인들의 의견을 수렴 중이다. 연합회는 복합쇼핑몰이 들어설 경우 세정아울렛과 금호월드 외에도 용봉지구와 첨단지구에 있는 상가까지 모두 영향권 아래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이 18일 오후 시청 중회의실에서 열린 '국민의힘-호남권 예산정책협의회'에 참석해 김영록 전남도지사, 김관영 전북도지사,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등과 회의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광주광역시 제공
한편 강기정 광주시장이 추진하는 ‘국가지원형 복합쇼핑몰 유치’ 계획은 차질을 빚는 모양새다. 강 시장은 국비 9천억원을 받아 복합쇼핑몰과 함께 트램과 도로 등 연결 도로망을 구축하는 구상을 최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날 오후 광주시와의 예산정책협의회에 참여한 국민의힘 인사들은 하나같이 난색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최근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관련 사업비 지원과 관련해) 장기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