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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어 잃는 건 고유문화 잃는 것” 전국 첫 방언지도

등록 2022-07-28 07:00수정 2022-07-28 08:36

<팔도 말모이> 저자 위평량 박사
&lt;팔도 말모이&gt; 저자 위평량 박사. 위평랑 박사 제공
<팔도 말모이> 저자 위평량 박사. 위평랑 박사 제공

“병아리는 전라도 말로 삥아리라고 하는데, 삐가리 또는 삐갱이라고도 해요. 어렸을 때 한집에서 세 가지 말을 써도 서로 알아듣는 게 참 신기했어요.”

위평량(63) 박사는 남북한 14개 도의 방언 분포를 72장의 언어지도에 담아낸 <팔도 말모이>(21세기사 펴냄)의 저자다. 말모이는 사전을 뜻하는 우리말이다. 위 박사는 “지역마다 하나의 사물을 명명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점에 흥미를 느꼈다”고 했다. 전라도와 경상도 말이 만나는 접경지, 전남 여수에서 태어난 그는 이 궁금증을 풀려고 대학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했다.

위 박사는 영호남 언어의 접경지 현장을 찾아가 토속어의 쓰임새를 세밀하게 조사했다. 광주에서 국어 교사로 재직하던 시절 주말이나 휴일이면 한뎃잠을 자면서 시골 동네 토박이들을 만나 대화하는 일을 몇해 동안 반복했다. 당시 녹음한 카세트테이프가 100개가 넘는다. “경상도에선 병아리를 삘갱이, 삐갱이로 쓰더라고요. 여수에서 삐갱이라고 하는 것은 경상도 말의 영향을 받은 거지요.”

‘병아리 같은 말이 어디 하나뿐이겠느냐’는 생각으로 말 뿌리를 더듬고 다녔다. 전남과 경남 22개 시·군 223개 면에서 200개 단어를 추린 뒤 지역별로 어떻게 쓰이는지를 표시해 언어지도를 그렸다. “부추를 전라도에선 ‘솔’이라고 하는데 순천에서 여수와 광양 거쳐 남해까지는 ‘소불’이라고 해요. 경남 하동, 사천, 산청, 진주, 거제 쪽에선 ‘소풀’이라고 하고요. 솔과 소풀의 중간지대가 소불이더라고요. 부산에선 ‘정구지’라고 하고요.”

‘전남·경남 접경지역의 언어 연구’라는 논문으로 전남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이후로도 ‘방언의 접촉과 변이’라는 접경지 언어 관련 논문을 여러 편 썼다. 2년 전엔 <전라도 말의 뿌리>(북트리)라는 책을 내 광주·전남 어휘 118개를 9개 갈래로 나눠 어원과 풍속·문화 등을 소개했다.

위평량 박사가 낸 &lt;팔도 말모이&gt; 책.
위평량 박사가 낸 <팔도 말모이> 책.

지난 3월에 낸 <팔도 말모이>는 남북한 14개 도의 토속어 72개를 고른 뒤 같은 유형의 어휘 분포를 보이는 지역을 같은 색깔로 채색하는 방식으로 구성했다. 우리나라 최초로 남북한을 아우르는 전국 언어지도가 완성된 셈이다. 35년간 방언 연구를 해온 위 박사는 “할아버지를 평양에선 클아바지(큰아버지), 함경도에선 클아배라고 한다”며 “남북한 방언 지도를 그리면서 지역별로 다른 말들이 많아 놀랐다. 미래를 대비해 전국의 동서·남북이 서로를 잘 이해하려면 지역별 우리말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팔도 말모이>의 추천사를 쓴 최명옥 서울대 명예교수는 “한장의 방언 지도를 그리려면 각 단어의 역사적 변화형을 수집하기 위해 고어 사전과 연구 논저, 문헌을 찾아야 한다. 72개 단어마다 그러한 작업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을 생각할 때 이 책의 원고를 완성하기까지 저자가 얼마나 오랜 기간을 애써왔는가를 알 수 있다”고 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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