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쓰미 아이코 게이센여학원대학 명예교수(오른쪽 둘째)가 11일 전남대학교를 방문해 전범으로 몰린 조선인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전남대 제공
일제의 태평양전쟁 조선인 피해자 보상운동을 이끈 우쓰미 아이코(81·여) 게이센여학원대학 명예교수가 광복절을 앞두고 전남대학교를 찾아 강제 징용 조선인의 피해 실태를 이야기했다.
전남대학교 5·18연구소는 “11일 우쓰미 교수와 정성택 총장 등 대학 관계자들이 만나 전범으로 몰려 사형 당한 강제 징용 조선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학생들에게 우리의 아픈 역사를 알려주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고 12일 밝혔다. 올해 6월 전남대가 주관한 ‘제15회 후광학술상’ 수상자로 선정된 우쓰미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해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했다가 ‘제26회 만해대상’ 수상을 계기로 전남대를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쓰미 교수는 이번 자리에서 제2차 세계대전 후 인도네시아 독립전쟁의 희생자 중 비, 시(B, C)급 조선인 전범 129명이 포함된 점을 연구한 결과 이들은 전범이 아니라 일제에 의해 강제 동원된 이중 피해자들이었다고 다시 한 번 소개했다.
우쓰미 교수의 연구를 보면, 인도네시아 자와 지역 수용소를 관리했던 조선인 군속들은 일본 패전 직후에도 ‘조선인 민회’를 만들어 연대하고 한글과 조선역사를 공부하며 정체성을 지켰다. 하지만 미국, 영국, 네덜란드 등 강대국들은 전쟁이 끝난 뒤 이들을 일본인 전범들과 똑같이 대우하며 재판했고 일부 조선인은 포로를 학대했다는 이유로 사형까지 시켰다. 연합국의 재판 결과를 승계받은 일본은 자국의 전범들은 석방하면서도 이들 조선인은 일본 국적을 소멸시킨 뒤 전범으로 몰았고 보상도 하지 않았다.
우쓰미 교수는 “피해 조선인에 대해 연합군이나 일본 정부, 한국 정부조차도 관심을 갖지 않아, 일본에서 자살하거나 한국에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우쓰미 교수는 1982년 저서 <조선인 B, C급 전범의 기록>을 출간하며 이런 사실이 알려졌고 2006년에서야 정부는 조선인 전범을 강제 동원 피해자라고 인정했다.
우쓰미 교수는 “한국 민주화운동의 산실인 광주에서 후광학술상을 받아 전범으로 몰린 조선인들의 억울한 사연을 재조명할 수 있어 의미가 크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남대 5·18연구소는 올해 하반기 우쓰미 교수를 다시 초청,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연회를 열 계획이다.
김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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