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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 법원 “낙서했단 이유로 노동자 해고는 부당”…회사 불복

등록 2022-08-24 15:53

불법파견소송 준비하던 노조간부 해고
지노위·중노위, 1·2심 패배 뒤 상고
전국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조합원들이 24일 광주 북구 풍기산업 광주공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부당 해고 당한 노조 간부의 복직을 촉구하고 있다.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전국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조합원들이 24일 광주 북구 풍기산업 광주공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부당 해고 당한 노조 간부의 복직을 촉구하고 있다.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기아차 1차 협력사인 풍기산업이 생산직 노동자 1명을 해고하기 위해 대법원 상고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회사는 제품 낙서 장난, 위장취업 등을 이유로 삼았는데 노조는 불법파견소송을 무산시키기 위한 억지 논리라고 주장했다.

전국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는 24일 오전 광주 북구 풍기산업 광주공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풍기산업은 사소한 문제를 빌미 삼아 노동자 1명을 상대로 한 집요한 법적 소송을 중단하고 항소심 판결을 받아들여 원직 복직시켜라”고 요구했다.

앞서 풍기산업은 2019년 9월10일 갓 생산한 차체 부품 15개에 칠판펜(보드마커)으로 동료 이름을 써넣는 장난을 했다는 이유로 생산직 노동자 공두혁씨를 해고했다. 회사는 이를 바로잡는 과정에서 생산설비가 중단돼 막대한 손해를 입었고, 낙서를 지우지 못한 채 납품했을 경우 소비자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이유였다. 또 낙서 경위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공씨가 2년제 전문대학을 졸업했지만 2003년 2월 입사 때 최종 학력을 입사 자격요건인 고교 졸업만 기재해 단체협약에서 해고사유로 적시한 위장취업에 해당한다는 점 등도 징계 사유 4개를 추가했다.

공씨는 낙서는 곧바로 지워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고 학력 하향 기재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 생산직 취업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뿐 노동운동을 위한 목적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공씨는 소명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해고가 확정되자 같은 해 11월 전남지방노동위원회에서 부당 해고 판정을 받았다. 회사는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재심을 요청했으나 같은 결과였다.

이에 회사는 국내 최대 법률사무소인 김앤장 소속 변호사를 선임해 중노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의 쟁점은 크게 낙서로 인해 손실이 발생했는지와 학력 하향기재가 위장취업에 해당하는지였다.

서울행정법원 제3부(재판장 유환우)는 2021년 4월 “낙서로 인한 손실이 확인되지 않았고 학력 허위기재를 위장취업으로 볼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회사는 다시 항소했다. 서울고법 제10행정부(재판장 성수제)는 지난달 26일 “달라진 시대상을 반영해 학력 허위기재를 위장취업의 의미에 포함해야 한다. 낙서 등 나머지 징계 사유도 정당하다고 판단되지만, 해고는 과하다”고 판결했다. 회사는 항소심 법원의 판결도 불복하고 이달 11일 상고해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공씨와 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회사의 집요한 소송 배경에는 비정규직 노동자 불법파견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풍기산업 광주공장에서 4개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 100여명이 일하고 있는데 회사가 이들 노동자의 소속 법인을 바꾸거나 1년 단위로 계약하면서 파견법을 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파견법에는 2년 이상 파견노동자가 근무할 경우 회사가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공씨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불법 파견에 따른 소송을 준비하고 있었다.

공씨는 “해고를 당해 생계유지가 힘든 상황에서 한때 회사가 많은 액수의 합의금을 내밀려 회유해 마음이 흔들리기도 했다”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현장에 복직해 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해 싸우겠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풍기산업 총무부 관계자에게 입장을 물었으나 답변하지 않았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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