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직원들이 우크라이나 탈출 고려인들이 광주 고려인마을에서 만나 체류 문제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고려인마을 제공
체류기간이 만료된 우크라이나 고려인들 사이에서 외국으로 추방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단법인 고려인마을은 “전쟁을 피해 3월부터 한국땅을 밟은 일부 고려인들의 체류 기간이 잇따라 만료되고 있다. 지금은 전쟁이 계속돼 체류 기간을 연장할 수 있지만, 전쟁이 끝나면 이들은 갈 곳이 없어진다”고 25일 밝혔다.
3월10일 최마르크(13)군을 시작으로 우크라이나에 사는 고려인 584명이 고려인마을의 도움으로 입국했고 200여명이 항공권 지원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옛 소련 시절 중앙아시아로 강제로 이주당한 고려인들의 후손으로, 옛 소련 붕괴 뒤 국적을 얻지 못한 무국적자들이다. 국적과 한국 가족이 있어 동포로 인정받은 다른 고려인들과 달리 이들은 난민 등을 대상으로 한 6개월짜리 기타 사증(G-1)으로 입국했다. 고려인마을은 광주에 안착한 무국적 고려인을 60여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무국적 고려인들은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하면서 난민 자격을 유지해 사증을 갱신할 수 있다. 하지만 전쟁이 끝나면 체류 기간 연장이 불확실한 상황이다. 또한 기타 사증은 취업이나 거주지 이동에 제한이 있어 생계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국적자인 김율랴(58·여)씨는 24일 고려인마을 라디오방송 <고려방송> 인터뷰에서 “30년 동안 보관하고 있던 옛소련 신분증을 근거로 난민자격을 인정받아 간신히 한국에 왔다”며 “전쟁이 끝났을 때 한국 정부가 우리를 받아주지 않으면 떠나야 할 텐데 무국적자인 우리를 우크라이나가 다시 받아줄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국적이 있는 고려인들도 한국에서 계속 살고 싶다는 마음을 전했다. 한라리사(50·여)씨는 “우크라이나에 살며 평생 힘겹게 장만한 집과 재산이 전쟁으로 사라졌다”며 “전쟁이 끝나면 돌아갈 것인지 남을 것인지 고민해야 하는데 고려인 대부분은 돌아갈 마음이 없다”고 말했다.
신조야 고려인마을 대표는 “강제이주의 아픔이 있는 고려인들이 또다시 조국으로부터 외면받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며 “대한민국 국적 회복이 어렵다면 한국에서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재외동포(F-4) 자격이라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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