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호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6일 새벽 전남 신안군 가거도항 방파제에 높은 파도가 치는 모습.가거도 주민 제공
태풍으로부터 어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조성 중인 전남 신안군 가거도 방파제가 또다시 태풍에 훼손됐다. 완공 시점은 더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6일 가거도 주민의 말을 들어보면, 전날 한반도 남쪽을 지난 태풍 힌남노 영향으로 가거도항 방파제 공사현장에 있던 사석(채움 돌) 300여m가 파도에 휩쓸려 사라졌다. 방파제는 높이 11m 파도에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
태풍 힌남노가 남해안을 통과하던 이날 새벽께 가거도 주변 바다에서는 평균 5.4m, 최대 8.9m의 파도가 일었지만 최대 순간 풍속 초속 42.3m의 강한 바람이 불며 파도가 방파제를 넘어 안쪽까지 덮친 것으로 알려졌다.
가거도 방파제는 총 길이 480m로, 육지와 이어진 100여m는 공사가 마무리됐고 나머지 구간은 공사 중이었다. 공사를 맡은 목포지방해양수산청(목포해수청)은 바다 쪽에 콘크리트 벽을 먼저 세우고 안쪽(너비 108m)을 사석으로 채운 뒤 콘크리트 구조물을 덧씌우는 방식으로 방파제를 만들고 있었다.
사석 유실로 완공은 또 연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토 최서남단에 있는 가거도는 남중국해쪽에서 올라오는 태풍을 가장 먼저 맞는 장소다. 현재 3개 마을에 주민 503명이 살고 있다.
6일 새벽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골조가 쓸려간 전남 신안군 가거도항 방파제 공사현장.가거도 주민 제공
정부는 1978년 동중국해 조업 어선의 긴급 피난처나 보급기지로 쓰기 위해 가거도항을 국가어항으로 지정했다. 1300억여원을 들여 1979년부터 2008년까지 30년에 걸쳐 방파제를 조성했다. 방파제는 완공 3년 만인 2011년 8월 태풍 ‘무이파’에 이어 이듬해 8월 태풍 ‘볼라벤’으로 전체 480m 중 280m 구간이 심각한 피해를 봤다.
이후 정부는 100년 주기 초대형 태풍을 견딜 수 있는 ‘슈퍼 방파제’를 만들겠다고 발표한 뒤 2013년부터 1620여억원을 투입해 2018년 말 완공을 목표로 복구공사에 들어갔다. 아파트 10층 높이에 맞먹는 2만4000t급 대형 콘크리트 구조물 ‘케이슨’(가로 28m·세로 28m·높이 28m) 16개를 설치해 방파제 너비를 15m에서 108m로, 높이를 8m에서 11m로 늘릴 계획을 내놨다.
그러나 이후 몰려온 ‘차바’ ‘솔릭’ ‘콩레이’ ‘링링’ ‘바비’ 등 태풍을 맞으며 유실 피해가 반복되면서, 올해 말이던 공사 완공일도 연기됐다. 현재 공정률은 85% 수준이다.
목포해수청은 기상특보가 해제되는 대로 현장을 확인해 피해 여부를 살필 계획이다. 구원주 목포해수청 가거도 태스크포스(T/F)팀 담당자는 “맨눈으로 봤을 때 사석 피해가 보이지만 아직 정밀 점검 전이라 정확한 피해규모는 예측하기 어렵다”며 “애초 기획재정부하고 협의한 총 공사 기간은 2025년까지이기 때문에 최대한 안전하고 견고하게 방파제를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태풍으로 전남지역에서는 신안군 흑산면 예리선착장, 여수시 돌산읍 상동방파제, 완도군 보길면 중리방파제 등 어항시설 3곳, 여수시 부잔교 9개, 선박 4척 등이 파손됐다. 이날 오전 10시 기준 여수 2곳(굴·홍합), 완도 1곳(전복) 등 양식장 3곳과 염전 15곳이 피해를 당했고 벼·대파·배추 등 농작물 쓰러짐 피해 266㏊, 사과 등 낙과 피해도 102㏊에 이르렀다.
2020년에 촬영한 전남 신안군 가거도항 방파제 공사 모습.신안군청 제공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