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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 3명만 실형…광주 학동 사고 유족들 “현산 봐주기 판결”

등록 2022-09-07 14:57수정 2022-09-07 15:10

1심 재판부 현대산업개발은 집행유예 선고
지난해 6월13일 광주시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공사 현장에서 붕괴사고가 일어난 5층 건물 철거 당시 모습.국토교통부 제공
지난해 6월13일 광주시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공사 현장에서 붕괴사고가 일어난 5층 건물 철거 당시 모습.국토교통부 제공

9명이 숨지고 7명이 다친 광주 학동4구역 붕괴사고 책임자들이 1심에서 검찰 구형량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은 형량을 받았다. 유족들은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광주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박현수)는 7일 업무상 과실치사와 산업안전보건법·건축물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시공사 현대산업개발(현산)과 하청업체 ㈜한솔기업, 다원이앤씨, 백솔건설 관계자, 감리자 등 법인 3곳과 7명에 대한 선고공판을 열었다.

재판부는 재하청업체 백솔 대표이자 굴삭기 기사 조아무개(48)씨에게 징역 3년6개월, 한솔기업 현장소장 강아무개(29)씨 징역 2년6개월, 감리 차아무개(60·여)씨에게는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또 현산 현장소장 서아무개(58)씨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50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으며, 공무부장 노아무개(58)씨와 안전부장 김아무개(57)씨는 각각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다원이앤씨 현장소장 김아무개(50)씨는 금고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현산 법인은 벌금 2천만원, 한솔기업과 백솔건설 법인은 각 벌금 3천만원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지난해 6월9일 오후 4시22분께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공사현장에서 5층 건물 해체 공사 중 부실한 현장 관리로 붕괴사고를 일으켜 시민 9명이 죽고 8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았다. 당시 사고 건물이 도로쪽으로 무너지며 인근 정류장에 정차했던 버스를 덮쳐 승객이 희생당했다.

국토교통부와 경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조사 결과 한솔기업은 시공사 현대산업개발과 50억원에 철거공사 계약을 맺은 뒤 12억원을 받고 백솔건설에 불법하도급을 줬다. 다원이앤씨는 한솔기업과 7대3으로 이면계약을 맺은 뒤 공사를 공동 관리했다. 한솔기업은 공사 전 동구청에 제출했던 해체계획서에서 작업반경이 큰 장비(롱붐)를 건물 외부에 세워놓고 옥상부터 철거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6월9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주택재개발공사 현장에서 철거 중인 건물이 무너지며 시내버스를 덮쳐 119 구조대원들이 구조 작업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해 6월9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주택재개발공사 현장에서 철거 중인 건물이 무너지며 시내버스를 덮쳐 119 구조대원들이 구조 작업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하지만 실제 공사를 맡은 조씨는 비용을 아끼기 위해 작업반경 18m 장비 대신 9.3m짜리 일반장비를 사용하기 위해 건물 (높이 23m ) 뒤쪽에 흙벽을 11∼12m 높이로 쌓아 4층으로 파고들었다. 비산 먼지 민원을 우려한 한솔기업 등은 흙벽에 물 90t 을 뿌렸다 . 흙벽은 최소 2천t으로 추정됐고 무게를 이기지 못한 1층 바닥이 무너지며 ㄷ자 형태 건물 앞쪽이 도로 쪽으로 넘어졌다 . 감리자는 단 한 번도 현장점검을 하지 않았다.

검찰은 해체계획서를 지키지 않았고 지하실 보강조치를 하지 않은 점, 비산먼지 방지를 위한 살수량이 지나치게 많은 점, 공사 현장 앞 버스승강장을 이전조치 하지 않은 점을 사고 원인으로 지목했다. 현산의 부실 관리·감독 책임을 물어 서 현장소장은 징역 7년6개월에 벌금 500만원, 노 공무부장과 김 안전부장에게는 각각 금고 5년을 구형했다. 한솔기업 강 현장소장과 백솔건설 조 대표에게는 각각 징역 7년6개월, 감리자 차씨에게는 징역 7년, 다원이앤씨 김 현장소장도 조씨에게 지시를 한 것으로 보고 금고 5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현대산업개발 법인에는 3500만원, 한솔기업에는 3천만원, 백솔건설에는 5천만원의 벌금을 구형했었다.

재판부 판단은 달랐다. 한솔기업과 백솔건설에 대해서는 과실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했으나 현산은 해체계획서 미준수와 안전성 검사 미실시 부분만 유죄로 인정했다. 다원이앤씨 김 현장소장에 대해서는 현장에서 수행한 역할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의 의무 정도와 공사 관여도, 피고인들의 전과관계, 피해자들과의 합의, 과실 정도 등을 모두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44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현대산업개발 퇴출 및 학동·화정동참사시민대책위’와 유족모임 ‘학동참사 유가족 협의회’는 이날 오후 성명을 내어 “재판부의 현대산업개발에 대한 봐주기 판결이 대한민국의 안전을 무너뜨리고 있다. 1심 재판부의 솜방망이 판결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현대산업개발 관련자는 모두 집행 유예 처분을 받았고, 힘없는 하청 기업과 감리에게만 실형이 선고됐다”며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불합리가 다시 한 번 재현된 결과”라고 주장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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