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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복합쇼핑몰, 달콤함 속에 숨겨진 씁쓸함

등록 2022-09-10 13:05수정 2022-09-10 17:38

[한겨레21]
대선 공약 뒤 신세계·현대·롯데 유통재벌 3사 각축전
중소상인들은 걱정이 태산
2022년 2월 광주시 남구 진월동 거리에 걸린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의 복합쇼핑몰 공약을 적시한 펼침막. 정대하 기자
2022년 2월 광주시 남구 진월동 거리에 걸린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의 복합쇼핑몰 공약을 적시한 펼침막. 정대하 기자

‘이제는 된다고요?’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2022년 3월 대선을 앞두고 광주 공약으로 복합쇼핑몰 유치를 내걸면서 ‘광주에 없는 것 총정리’라는 인터넷 글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광주에 없다고 지목된 게 ‘5성급 호텔과 복합쇼핑몰’ 등 20가지나 됐다. 윤 대통령 당선 이후 복합쇼핑몰 유치는 정부의 광주 지역 7대 과제에 포함됐다. 유통 대기업 3사는 복합쇼핑몰 광주 진출의 호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중소상인들은 “복합쇼핑몰이 들어오면 직격탄을 맞는다”며 반발하고 있다.

광주 진출 27돌을 맞은 신세계그룹은 ‘투 트랙 전략’을 펴고 있다. 신세계프라퍼티는 8월 광주에 쇼핑·문화·레저·엔터테인먼트·휴양 등을 한곳에서 즐길 수 있는 체류형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광주’(가칭)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동시에 기존 광주 서구 광천동에 있는 백화점 광주신세계를 대폭 확장하고, 입점 브랜드를 늘려 ‘대규모 프리미엄 백화점’을 짓겠다는 구상도 내놓았다. 지역에선 총 1조7천억원대 투자로 5만5천 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든다는 신세계그룹의 구상에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광주·호남 최초로 ‘에루샤’(에르메스·루이뷔통·샤넬) 명품 유치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이 나온 뒤 “씁쓸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광주신세계가 화정동에 복합쇼핑몰을 개발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있다. 광주신세계는 2015년 복합쇼핑몰 추진 때 이마트와 나대지 사이에 있는 시 도로 일부(1321㎡·400평)를 사업 대상 터로 편입하는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신청했다가 특혜 논란이 일었던 적이 있다.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 등을 더해 짓겠다고 밝힌 ‘광주신세계 아트 앤 컬처 파크’. 신세계백화점 제공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 등을 더해 짓겠다고 밝힌 ‘광주신세계 아트 앤 컬처 파크’. 신세계백화점 제공

신세계프라퍼티가 어등산 관광단지 안 상가 시설 면적(2만4179㎡·7311평)의 4배가 넘는 면적(9만9173㎡·3만여평)에 복합쇼핑몰을 건립하겠다고 밝힌 것도 일방통행식 계획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더욱이 어등산 관광단지 조성사업 우선협상대상자인 (주)서진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 취소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광주시와 법적 소송을 하는 상황에서 무리한 구상이라는 목소리도 높았다. 신세계프라퍼티 쪽은 “어등산 부지는 확정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현대백화점은 7월에 유통 3사 중 가장 먼저 전격적으로 광주 ‘복합쇼핑몰’ 출점 계획을 밝혔다. 부동산개발 기업 휴먼스홀딩스 제1차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가 밝힌 개발 계획을 보면, 북구 임동 옛 전남방직·일신방직 공장 부지 31만㎡(약 9만여 평)에 ‘더현대 광주’(가칭)를 출점한다는 것이다. 쇼핑과 문화, 레저, 엔터테인먼트를 접목한 ‘미래형 문화복합몰’이 개장되면 2만2천 명의 고용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한다.

그러나 현대백화점그룹의 구상 역시 공공개발 방안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시민단체의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민선 7기 때 광주시는 1930년대에 지은 두 공장 안의 화력발전소, 보일러실1·2, 고가수조(높은 곳에 설치한 물탱크) 등 4곳은 지금 위치에 원형 보존하고 10곳은 원형 보존 또는 부분 보존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2020년 4월 공장 터를 일반 공업용지에서 주거·상업 용지로 변경해달라고 광주시에 신청했던 두 업체는 4500여 가구가 입주할 초고층 상가아파트 단지와 호텔, 쇼핑복합시설 등을 짓는다는 제안서를 낸 바 있다. 광주시는 도시계획 변경 본협상을 위한 조건으로 △공장건축물 보존과 아파트 위주의 개발 지양 △상업·업무·사회·문화시설 융복합지구 개발 △설계 공모와 특별건축구역제 도입 등을 통보했고, 두 업체는 이를 수용했다. 휴먼스홀딩스 제1차 PFV 쪽은 “9월 중순께 시의 입장을 반영한 제안서를 다시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롯데그룹의 광주 복합쇼핑몰 구상은 아직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 광주 북구 본촌산단 안 롯데칠성 공장 터 등에 롯데복합쇼핑몰이 들어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확정된 바 없다. 롯데백화점 광주점 관계자는 “복합쇼핑몰 터를 물색 중이지만, 광주 복합쇼핑몰이 과열된 상태여서 수익성 등을 따져보고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강기정 광주시장도 복합쇼핑몰 유치에 적극적이다. 광주시는 7월 ‘국가지원형 복합쇼핑몰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다. 또 조직개편으로 ‘이제는 됩니다’라는 이름의 팀을 신설했고, 신활력특수시책팀에 ‘복합쇼핑몰 유치 지원’ 업무를 맡겼다.

광주시는 복합쇼핑몰 추진 정책의 첫걸음을 내디디면서 ‘헛발질’ 논란을 불렀다. 7월 국민의힘이 광주시청의 호남권 광역자치단체장 예산정책협의회에서 ‘국가지원형 광주 복합쇼핑몰 유치’와 관련해 요청한 국비 9천억원 중 트램, 도로 등 연결 교통망 구축비 명목이 6천억원이었다. 광주시와의 예산정책협의회에 참가한 국민의힘 인사들은 하나같이 난색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수소트램 건설은 강기정 시장의 선거공약이다. 광주 지하철 1호선이 지나가지 않는 구간인 농성역~챔피언스필드 연결로에 수소트램을 건설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수소트램 추진 구간은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이 복합쇼핑몰을 지으려는 부지와 가깝다. 자칫 ‘특혜’ 논란이 일 수 있는 대목이다. 광주시 쪽은 “(국비 요청은) 농성역 트램 구간과는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광주시는 조만간 복합쇼핑몰과 관련해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이다.

광주 중소상인들은 복합쇼핑몰이 들어설 경우 세정아울렛과 금호월드 외에 용봉지구와 첨단지구에 있는 상가에까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본다. 광주광역시 상인연합회, 전통시장상인연합회, 슈퍼마켓협동조합 등 14개 중소상인 단체가 참여하는 복합쇼핑몰 광주상인대책위원회는 “복합쇼핑몰이 들어서면 매출 피해가 예상되는 업종과 지역상권을 보호할 행정 가이드라인을 세워달라”며 “복합쇼핑몰 관련 민관협의체를 구성해달라”고 시에 촉구했다.

광주신세계에서 3~4㎞ 떨어진 광주아울렛의 200여 곳 가게 주인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김상묵 광주 세정아울렛 상인회장은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에서 정하는 ‘상점가’로도 등록되지 못해 정부의 소상공인 지원조차 받지 못한 채 코로나19 사태를 겨우 버티고 있다”며 “중소상인의 숨통을 틔워주는 정책도 펴지 않고 복합쇼핑몰만 추진하는 게 정부와 시가 할 일이냐?”고 말했다. 의류 상가 64곳이 밀집한 북구 용봉동 상인들의 대표인 민경본 용봉상인회장은 “복합쇼핑몰이 좋은 일자리라고 보지 않는다. 정말로 지역 젊은이들의 미래를 위한다면 반도체 공장이나 청소년 대형 테마파크 등을 유치하는 데 시가 관심을 쏟아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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