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5월27일 옛 전남도청 일대에서 계엄군에 붙잡힌 광주시민들. 5·18기념재단 제공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에게 가혹행위를 당한 피해자들이 법정싸움 4년 만에 국가로부터 정신적 손해 배상을 받게 됐다.
5·18민중항쟁구속자회(구속자회)는 “5·18 유공자 이덕호(63), 고 남승우(62·2019년 사망), 나일성(60), 김용선(61), 김정란(61)씨 등 5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대법원 최종 승소 판결을 얻었다”고 13일 밝혔다.
구속자회가 공개한 대법원 판결문을 보면 1일 대법원 제1부(재판장 노태악)는 정부의 상고를 이유가 없다고 기각하며 원심을 유지했다. 원심 재판부는 “국가가 원고들에게 청구액의 41~58%인 4천만~1억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번 재판 쟁점은 5·18 보상금을 받은 피해자들이 국가에 추가로 정신적 손해 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였다. 5·18 당시 계엄군에게 붙잡혀 구타와 고문을 당한 원고들은 1990년대 5·18보상법에 의해 보상금을 받았지만 이는 신체적 피해에 대한 지원일 뿐 정신적 피해에 대한 배상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2018년 이씨 등이 광주지법에 소송을 제기하자 정부는 ‘보상금을 받았으면 민사소송법에 따라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본다’는 5·18보상법 16조를 내세우며 맞섰다. 원고들은 해당 법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신청했고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5월 재판관 전원일치로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이를 근거로 광주지법 민사11부(재판장 전일호)는 11월12일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같은 해 8월 대법원은 헌재 결정에 따라 또 다른 피해자 이아무개씨가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주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는 위자료 책정이 과하고 위로금의 법적 성격 등을 다시 따져보자며 항소했다. 광주고법 제3민사부(재판장 이창한)는 지난 5월11일 정부의 항소가 이유 없다고 기각했다. 정부는 항소심 판결도 받아들이지 않고 또다시 상고했다.
5·18단체는 이미 대법원 판단이 끝난 상황에서 정부가 끈질기게 항소한 점은 행정력 낭비라고 지적했다. 이흥철 구속자회 사무처장은 “이번 재판을 계기로 5·18유공자 916명이 국가를 상대로 추가 소송 3건을 진행하고 있는데 매번 대법원까지 갈까 봐 우려된다”며 “정부는 5·18 유공자들이 더는 상처를 입지 않도록 항소를 신중하게 해달라”고 말했다.
김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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