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동구 금남로245 빌딩 10층 ‘민주의 탄환’ 설치 작품엔 마치 총알들이 전일빌딩에서 계엄군 쪽으로 나가는 것처럼 표현돼 있다. 5·18민주화운동기록관 제공
“총알의 방향을 돌려라!”
1980년 5월 학살을 고발한 5·18 첫 시 ‘아아, 광주여 우리들의 십자가여!’를 쓴 김준태 시인은 14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광주 전일빌딩245 건물 10층에 설치된 작품의 총알 방향이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전일빌딩245는 2016~2017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현장 감식 결과, 245개의 총탄 흔적이 발견돼 헬기 사격의 유력한 증거가 된 5·18사적지다.
광주시는 2020년 헬기 총탄 자국이 발견된 전일빌딩을 재단장하면서 10층에 ‘민주의 탄환’이라는 작품을 설치했다. 정영창 작가가 1980년 5·18 당시 헬기 사격 등 국가폭력을 고발한 ‘검은 하늘 그날’이라는 작품과 연계해 설치한 조형작품이다. ‘민주의 탄환’ 작가는 ‘발사된 탄환의 궤적을 모든 이에게 향함으로써 탄환이 각자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묻고 싶었다…대한민국 민주주의 토대를 만든 탄환은 아니었을까?’라고 작품 의도를 설명한다.
광주시 동구 금남로 전일빌딩245 건물. 5·18민주화운동기록관 제공
하지만 총알의 방향이 전일빌딩 바깥쪽으로 향한 것은 사실 왜곡이라는 게 김 시인의 주장이다. 그는 “전일빌딩 총알 자국은 계엄군이 전일빌딩을 향해 쏴 생긴 것인데, 마치 시민군들이 전일빌딩에서 계엄군을 향해 쏜 것처럼 돼 있다”고 말했다. 작품 안 총알은 계엄군이 지녔던 엠(M)16 등 ‘대형 총알’들이다. 김 시인은 “계엄군이 쏜 무수한 총알들은 ‘민주의 탄환’이 아니라 ‘학살의 탄환’이다. 총알의 방향을 바꿔 다시 설치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재독 작가 정영창 화가도 최근 광주에 와 김 시인과 전일빌딩245를 방문해 자신의 작품과 연계된 이 설치 작품을 처음으로 본 뒤 사실 왜곡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전일빌딩245 전시물 등을 위탁받아 관리하는 광주시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은 “총알 방향을 반대로 돌리는 방안을 찾기 위해 작가와 설치업체 등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헬기 사격을 규탄하기 위해 설치한 조형작품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홍인화 5·18민주화운동기록관장은 “‘민주의 탄환’ 작품의 작가도 이러한 문제 제기에 공감했다. 앞으로 이 작품 작가가 정영창 작가 등과 협의해 작품의 총알 방향과 작품 설명 등을 수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그 과정을 기록으로 남겨 두겠다”고 말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