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구례군이 사로 확장을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지리산 자락 봉성산을 깎고 나무 수백 그루를 베어내 옹벽을 세운 구례읍 봉남리 봉덕정 국궁장 모습. 봉성산훼손비상대책위원회 제공
무단으로 산을 깎아 국궁장 확장공사를 시작했던 전남 구례군이 주민들에게 원상복구를 약속했지만 수개월 만에 이를 뒤집어 논란이 일고 있다. 구례군은 주민 반발이 거세지자 다시 약속을 이행하겠다고 밝혔지만, 주민들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시민 300여명으로 구성된 봉성산훼손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27일 “김순호 구례군수는 봉덕정 국궁장의 기존 규모를 유지하고 원상복구하겠다며 올해 1월28일 마을방송과 2월 합의문을 통해 약속했지만 7월 간부회의에서 확장공사를 결정하며 이를 어겼다”고 밝혔다. 비대위가 공개한 ‘안전한 봉성산 조성을 위한 합의문’의 첫째 조항을 보면 “봉덕정 정비공사로 절개된 봉성산 사면을 안전하게 복구하기 위해 구례군과 비대위가 선정한 전문가에게 전적으로 위임하고, (국궁장 규모는) 3과녁으로 유지하며, (복구)공사진행방법은 전문가 의견을 따른다”고 나와 있다. 합의문에는 김 군수, 유시문 군의회 의장, 비대위 공동대표 4명, 봉덕정 관계자 등 8명이 서명했다.
하지만 7월25일 구례군 간부회의 자료의 봉덕정 정비공사 추진 항목에는 국비, 군비 등 11억3000만원을 들여 3과녁 21사로에서 4과녁 28사로로 확장하고 길이 205m, 높이 6m 옹벽 공사를 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자 비대위는 24일 보도자료를 내어 “원상복구를 약속했던 구례군수가 합의를 파기하고 국궁장 확장공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구례군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2월까지 구례읍 봉성산(해발 166m)에 있는 국궁장 확장공사를 추진하며 나무 수백 그루를 베고 산을 깎아 주민들의 반발을 불렀다.
올해 2월7일 김순호 전남 구례군수와 주민대표 등이 서명한 봉성산 원상복구와 국궁장 규모 유지 내용을 담은 합의문. 봉성산훼손비상대책위원회 제공
김 군수는 약속 불이행 논란과 관련해 <한겨레>에 “특별한 입장이 없다”고 비서실장을 통해 밝혔다. 김석환 구례군 스포츠산업과 주무관은 “7월 간부회의 자료가 어떻게 작성됐고 어떻게 시민단체가 확보했는지 모르겠지만 2월 합의문대로 할 계획”이라고만 했다.
시민단체가 공개한 전남 구례군청의 봉덕정 국궁장 확장공사 내용이 담긴 간부회의 자료. 봉성산훼손비상대책위원회 제공
김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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