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2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고 박관현 열사 40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박관현기념재단 제공
신군부 퇴진을 요구하며 옥중 단식농성을 하다 산화한 고 박관현 전남대 총학생회장의 40주기를 맞아 본격적인 추모사업이 추진된다.
박관현기념재단은 12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박 열사의 40주기 추모식을 연데 이어 5·18민주화운동기록관에서 학술대회를 열었다.
추모식에는 박 열사의 누나 행순씨를 비롯해 원순석 5·18기념재단 이사장, 정용화 전 광주전남민주화운동동지회장 등 ‘운동 동지’들이 참석해 고인을 회고했다.
추모식에서 1980년 5월 전남대 농과대학 학생회장을 맡았던 원 이사장은 “박 열사의 죽음을 무릅쓴 투쟁은 80년대 민주화운동의 뿌리가 됐고 6월 민주항쟁으로 꽃피웠다”며 “박 열사의 정신을 기억해 우리는 더 나은 민주주의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5·18 때 박 열사와 함께 수배됐던 학교 동기인 정 전 회장은 “네가 감옥에서 죽어갈 때 발을 동동 구르며 ‘제발 죽지 말아달라’고 하늘을 향해 얼마나 빌었는지 모른다”며 “우리 저승에서 만날 때 뜨겁게 포옹할 수 있도록 남은 삶을 부끄럽게 살지 않겠다”고 전했다.
이날 오후 열린 학술대회에서는 ‘민주화의 새벽기관차’를 주제로 학원민주화와 전두환 군부에 맞서 반독재·민주화투쟁을 이끌었던 박 열사의 활동과 의미를 재조명하고 박관현기념재단의 향후 역할을 모색했다.
기념재단은 다음달 2∼4일 3일간 5·18기록관에서 5‧18 세계기록유산 등재 11돌을 기념하는 ‘박관현 열사 40주기 학술대회’를 개최해 추모행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학술대회에서는 1980년 전남대 총학생회의 활동과 5·18 직전 열렸던 옛 전남도청 앞 민족민주화대성회에 대한 재평가, 박 열사가 참여했던 들불야학과 광천동 노동문제를 재조명한다. 또 광주 북구청과 전남대는 전남대 정문에 박 열사를 기리기 위한 ‘관현언덕’을 올해 안에 조성할 예정이다.
1980년 4월 전남대 대강당 앞 광장에서 열린 총학생회장 선거 유세 때 연설을 하고 있는 고 박관현 열사. 전남대 제공
1953년 전남 영광군에서 태어난 박 열사는 1978년 전남대 법학과에 입학하며 민주화투쟁의 길을 걸었다. 1979년 들불야학 설립을 주도했고 이듬해 4월 전남대 총학생회장에 당선됐다. 1980년 5월14∼16일 옛 전남도청 앞 분수대에서 열린 민족민주화 대성회를 이끌었으며 16일 집회에는 횃불을 동원해 주목받았다. 신군부가 같은 해 5월17일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하며 예비검속에 들어가자 박 열사는 2년간 도피생활을 했고 1982년 4월 경찰에 붙잡혔다. 내란죄 등으로 5년형을 선고받았던 박 열사는 광주교도소에서 5·18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며 40여일간 옥중 단식을 하다 1982년 10월12일 세상을 떠났다.
김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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