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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송암동 ‘오월길’ 걸으며 아픔의 역사 배운다

등록 2022-11-15 16:29수정 2022-11-15 16:36

15일 5·18단체 회원들이 광주 남구 효덕동 일대 5·18 당시 학살현장을 찾아 희생자를 추모하고 쓰레기를 정리하고 있다.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15일 5·18단체 회원들이 광주 남구 효덕동 일대 5·18 당시 학살현장을 찾아 희생자를 추모하고 쓰레기를 정리하고 있다.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15일 오전 광주 남구 진월복합운동장에 노란 조끼를 입고 쓰레기종량제봉투와 집게를 든 5·18단체 회원과 청소년 등 100여명이 보였다. 이들은 1980년 5·18 항쟁 기간 진월동과 송암동 일대에서 억울하게 숨진 영령들을 위로하기 위해 이날 ‘제1회 5·18사적지 자원봉사 활동’을 열었다. 남구에서 조성 중인 오월길을 따라 학살현장을 일일이 찾고 주변 쓰레기를 치우는 행사였다.

황일봉 5·18부상자회 회장은 “기초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남구가 오월길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며 “오월길 조성을 조금이라도 돕기 위해 회원들이 주변을 정리하면서 송암동 학살을 되새기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김태헌 남구청 인권고충주무관의 안내로 이뤄진 이번 행사는 고 전재수(11살)군의 위령비가 있는 화산로57번길을 시작으로 원제저수지 자리(방광범), 효덕초 앞(김평용, 송정교), 대주파크빌아파트 앞(김종철, 신원미상 시민군). 효덕교차로(박연옥, 신원미상 4살 남아), 송하삼익아파트 버스정류장(권근립, 임승찬, 김승후), 남선연탄 앞(강복원, 박인천, 노경운, 왕태경, 임종인), 한두재(박재영) 등을 들렀다.

남구는 내년 5월까지 각 희생자가 사망한 장소에 표지석 17개를 세우고 길이 3.8㎞ 오월길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김 주무관은 “광주시 등이 운영하는 오월길은 5·18사적지를 소개하는 경로로 구성됐는데 남구 오월길은 희생자에 맞춰 좀 더 세부적인 진실을 알리려는 목적”이라고 추진 이유를 설명했다.

남구 오월길 해설사는 교육만 받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남구는 오월길 민주인권 해설사 양성을 위해 매년 ‘남구 인권 아카데미’를 운영한다. 다섯 차례 이상 교육에 참여하고 역사 투어 등 보수 프로그램까지 이수할 경우 오월길 해설사로 활동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김병내 남구청장은 “오늘 행사에 젊은층이 많이 참여해 더욱 뜻깊다”며 “그동안 5·18추모사업은 북구 망월묘역과 동구 옛 전남도청을 중심으로 이뤄졌는데 남구에도 큰 아픔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1980년 5·18 당시 계엄군은 광주 차단작전을 펼쳐 송암동 효천역 앞(광주∼목포), 옛 광주교도소(광주∼담양), 동구 주남마을(광주∼화순) 등에서 민간 차량을 향해 무차별 발포했다. 남구청이 올해 5월 발표한 ‘5·18 송암동 양민학살 조사’ 결과 보고서를 보면 송암동 일대에서 17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쳤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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