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3시께 전남 신안군 임자면 인근 바다에서 전복 사고를 당한 청보호 구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신안군 제공
사고 발생 하루 뒤인 5일 오전 전남 목포시 신안군수협 2층에 마련된 실종자 가족 대기실은 침울한 분위기에 짓눌려 있었다. 가족들은 실종자 수색 성과가 없다는 뉴스 속보를 보며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허공만 쳐다봤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실종자의 한 가족은 “해경 연락을 받고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지만 구체적인 수색 상황을 듣지 못해 답답하다”고 말했다.
전날 밤 11시20분께 신안군 임자면 대비치도 서쪽 16.6㎞ 해상에서 24t급 근해통발어선 청보호가 전복됐다. 1일 오후 2시54분에 진도 서망항을 떠나 서해 근해에서 장어 조업을 한 뒤, 제주 추자도로 이동 중이었다.
탑승자 12명 중 9명이 실종 상태다. 사고 당시 전복 신고를 받은 해경으로부터 구조 협조 요청을 받은 9750t급 화물선 광양프론티어호가 접근해 부유물을 잡고 물 위에 떠 있던 3명을 구조했다. 실종자 9명 중 6명은 바다에 빠졌고 3명은 선내에 있을 것으로 해경은 추정한다. 해경은 침수부터 전복하기까지 10분 정도 걸린 것으로 본다.
사고 해역 수심은 25~30m, 수온은 8~10도다. 해경은 24~36시간 정도 생존할 수 있는 환경 조건으로 판단한다. 수색은 사고 지역 중심으로 동서 27.8㎞(15해리), 남북 27.8㎞ 해역을 9개 구역으로 나눠 진행되고 있다. 선박 34척과 구조 헬기 8대가 동원됐다. 하지만 이날 밤 9시 현재 이렇다 할 만한 수색 성과는 없다.
5일 해경 구조함이 신안군 임자면 대비치도 인근 해상에서 전복 사고를 당한 청보호를 살펴보고 있다. 목포해경 제공
김해철 목포해양경찰서장은 “선내 수색 14회를 시도했지만 통발 3천개가 얽혀 있어 선실은 진입하지 못했다”며 “인양을 위해 크레인이 이동 중”이라고 말했다. 기상 조건이 양호하면 크레인은 이날 저녁 7시께 사고 해역에 도착해 6일 새벽부터 인양 작업에 들어간다.
사고 원인은 파악되지 않았다. 사고 선박은 건조된 지 1년 미만이고 사고 당시 기상 상태도 양호했다. 암초와 선박 파손도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생존자들 사이에선 “출항 때부터 배가 약간 왼쪽으로 기울어진 느낌이었다” “평소에도 배 오른쪽 엔진이 좋지 않았고, 기관실에 물이 종종 샜다” 등의 얘기도 나온다.
양봉규 목포해경 경비구조과장은 “배가 뒤집혀 있어 밑부분을 뚫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