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동구 지산동에 있는 광주지방법원 전경.광주지법 누리집 갈무리
광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교무실에 침입해 교사 노트북에서 시험지와 답안을 유출한 10대가 징역형을 받았다.
광주지법 형사3단독 이지영 부장판사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업무방해, 건조물 침입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ㄱ(18)군에게 장기 1년 6개월, 단기 1년을 선고했다”고 10일 밝혔다. 공범 ㄴ(18)군에게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80시간을 명령했다. 다만 이 부장판사는 ㄱ군이 도주할 우려가 없고 재판에 성실히 참여했다고 법정 구속은 하지 않았다.
소년법은 범행을 저지른 미성년자에게 장기와 단기로 나눠 형기의 상·하한을 둔 부정기형을 법원이 선고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단기형을 채우면 교정 당국의 평가를 받고 조기에 출소할 수도 있다. 법정 최고형은 장기 10년, 단기 5년이다.
광주 대동고 2학년이었던 ㄱ군은 지난해 3∼7월 1학기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앞두고 교무실 등을 13∼14차례 침입해 화면을 자동으로 저장하는 악성코드를 교사 노트북 10여대에 심어 시험지와 답안지를 유출한 혐의를 받았다. ㄴ군은 ㄱ군이 범행을 저지를 동안 망을 본 혐의다. 이들은 노트북 화면을 유에스비(USB) 저장장치로 옮겨 빼내는 방식으로 1학기 중간고사 7과목과 기말고사 9과목의 시험지와 답안지를 유출했다.
이들의 범행은 지난해 7월 기말고사 직후 답안이 적힌 쪽지를 찢어 버리는 모습을 다른 학생들이 목격하며 발각됐다. 광주시교육청과 해당 학교는 이들이 수정되기 전 답을 적어낸 사실을 확인해 시험지 유출 의혹에 신빙성이 있다고 보고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경찰은 ㄱ군 등의 집을 압수수색하며 자백을 받았고 학교는 그들을 지난해 8월 퇴학시켰다.
ㄱ군은 경찰 조사에서 “성적을 올려 좋은 대학에 가고 싶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장판사는 “피고인들은 열심히 노력하는 학생들에게 상실감을 느끼게 했고 공교육에 대한 신뢰까지 훼손할 뻔해 죄책이 매우 무겁다”며 “증거인멸을 논의했으나 이후 범행을 반성하고 인격 형성의 과정에 있는 점, 초범인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김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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