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강유역환경청이 전남 구례군 구례읍 구례교 인근에 조성하고 있는 자전거길 모습.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제공
환경부 산하 영산강유역환경청(영산강청)이 섬진강변에 추가 조성하는 자전거길이 물 흐름과 야생동물 서식을 방해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2일 영산강청, 구례 환경단체 말을 종합하면 영산강청은 314억1900만원을 들여 지난해 4월부터 2026년 4월까지 전남 구례군 구례읍 신월리∼토지면 파도리 구간 섬진강에서 하천환경정비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홍수 피해 예방을 위해 제방 8.6㎞ 구간 7곳을 보강하고 옛 문척교(길이 420m, 높이 3m, 너비 7.5m)를 철거해 물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작업이다. 앞서 구례읍은 2020년 8월 폭우로 섬진강 지류인 서시천의 둑이 터지며 읍 일대가 물에 잠긴 바 있다.
환경단체는 영산강청이 하천정비사업 기본계획에 없던 자전거길 조성을 새로 추가한 것에 반발하고 있다. 섬진강변에는 강둑을 따라 2013년 자전거길이 개설됐는데 섬진강로에서 신촌강변길로 가려면 신월리 마을 안 교차로를 통과해야 한다. 이에 영산강청은 구례교 밑으로 자전거길 900m를 개설해 섬진강로와 신촌강변길을 잇는 공사를 하고 있다.
전남 구례군 구례읍 구례교 인근에 조성 중인 자전거길 예정도.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제공
환경단체는 신설되는 자전거길 중 강둑 안쪽으로 설치되는 나무데크길 400m를 문제 삼고 있다. 데크를 지탱하는 철기둥 수백개가 설치되며 홍수가 났을 때 각종 부유물이 걸려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사 구역 인근에 서식하는 수달, 황조롱이, 큰줄납자루, 삵 등의 멸종위기 야생동물이 소음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한다. 공사 전 발표했던 환경영향평가서에 자전거길 건설 내용은 언급되지 않아 부적절한 행정이라는 지적도 있다. 윤주옥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대표는 “물 흐름을 위해 강변 버드나무를 베어내면서 굳이 둑 안쪽으로는 철기둥으로 지지하는 자전거길을 조성해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영산강청은 자전거길을 연결해달라는 신월리 마을 주민과 구례군의 요청이 있어 최소한의 범위에서 시공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자전거길 추가 구간이 길지 않아 경미한 변경에 해당해 환경영향평가를 새롭게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김학균 영산강청 하천계획과 주무관은 “데크길이 물 흐름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공사 전후로 소음이나 대기, 진동, 수질 등을 감시해 이상이 있다면 즉시 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