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전남 순천시 순천연향도서관에서 고희범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오른쪽)이 제주4·3사건 진상규명 과정을 이야기하고 있다.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통합과 연대, 간절함이 중요합니다.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영령들의 피눈물을 닦아줘야 한다는 간절함, 우리의 한을 후대에게 전하지 않겠다는 간절함을 바탕으로 유족들이 연대해 꼭 진상규명을 이뤄내시길 바랍니다.”
여순10·19범국민연대와 여순항쟁전국유족총연합 등 5개 단체는 21일 여순사건법 시행 1주년을 기념해 ‘여순10·19가 묻고 제주4·3이 답하다’를 주제로 대담회를 열었다. 전남 순천시 순천연향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이 행사에는 고희범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이 주철희 함께하는남도학 소장과 함께 대담자로 나섰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의 발언이 첫 이야깃거리로 등장했다. 태 의원은 최근 여러차례 ‘제주4·3은 김일성 일가에 의한 만행’이라는 주장을 편 바 있다. 고 이사장은 “태 의원은 대학에서 김일성 일가에 의한 사건이라고 배웠다는데 북한에서 4·3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때가 (태 의원의 대학 졸업 뒤인) 1987년 6월항쟁 이후다. 일본 총련계 학교에서도 4·3을 가르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태 의원 주장이 거짓말에 가깝다는 얘기다.
고 이사장은 “5·18은 폄훼하는 발언을 하면 처벌할 수 있다. 제주에서도 태 의원 발언을 계기로 왜곡 발언을 처벌할 수 있도록 4·3특별법 개정을 위한 공론화를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고 이사장은 태 의원 발언 사례를 들어 여순사건 유족들도 이런 일이 생기면 강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에서는 4·3단체, 자치단체의 잇단 성명 발표에 이어 제주에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들이 태 의원 징계안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출하는 등 시민단체, 정치권이 뭉쳐 대응하고 있다.
진상조사보고서를 작성하는 기획단 구성도 도마 위에 올랐다. ‘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 소위원장을 맡은 주 소장은 “제주는 4·3위원회 출범 5개월 만에 진상조사보고서 기획단을 구성했지만 여순위원회는 출범 1년이 지나도록 꾸려지지 않았다”며 “여순사건 진상조사는 내년 10월에 마무리 해야 하는데 가장 중요한 진상보고서 기획단은 언급조차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고 이사장은 이에 대해 “기획단은 보고서 방향을 정하기 때문에 인원 구성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제주에서는 단장 내정자들의 이력을 면밀히 살펴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게 단장을 맡겼다”고 말했다.
고 이사장은 여순사건 유족들의 행동을 촉구했다. 전남도가 운영하는 실무위원회에 자주 들러 아버지의 죽음을 밝혀달라고 호소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공무원들은 스스로 움직이지 않는다”며 “유족들 방문만으로도 그들에게는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자치단체에서 여순 평화공원 유치를 언급한 것에 대해선 고 이사장은 “진상조사가 끝난 뒤 역사성, 접근성, 주민수용성 등을 평가해서 결정해도 늦지 않다”며 “지금 언급하는 것은 유족들의 분란을 일으켜 진상조사를 방해하는 결과를 낳는다”이라고 비판했다.
김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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