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교육청이 교직원 인권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교육인권증진 기본조례’(교육인권조례) 제정을 강행하자 교육·시민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이미 만들어진 학생인권조례조차 교육 현장에 튼튼히 뿌리내리지 못한 상황에서 교직원 인권 보호를 구실로 섣부르게 새 조례를 제정할 경우 기존의 학생인권조례는 껍데기만 남게 될 것이란 우려에서다.
전북교육청은 26일 “학생과 교직원 모두의 인권을 존중하는 학교문화 조성을 위해 교직원의 인권 보호를 위한 ‘전북교육인권센터’ 설립 등의 내용을 담은 교육인권조례 제정을 전국 최초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교육인권조례 제정은 지난해 7월 취임한 서거석 교육감의 후보 시절 선거 공약이다.
하지만 이 조례에 대해 전북지역 교육·시민단체들은 “2013년에 만들어진 ‘전북학생인권조례’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라고 반발하고 있다. 전북교육청이 추진하는 안대로 조례가 만들어질 경우 “학생 인권 보장이 후퇴할 뿐만 아니라 다른 교육 주체들의 인권 보장도 내실을 갖추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들이 교육인권조례안에서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전북교육인권센터 설립’ 조항이다. 전북교육청의 안은 현재 교육청 안에 운영하고 있는 학생인권교육센터에 교원활동보호팀을 추가해 교육인권센터로 확대 개편한다는 것이다. 학생에 대한 인권 침해 사례를 교육감에게 알리고 구제·징계를 권고하던 ‘학생인권심의위원회’를 ‘교육인권위원회’로 개편해 조사·구제·권고 대상을 교원 인권 분야까지 확대한다는 것도 교육·시민단체들의 비판을 부르는 대목이다. 전북지역 교육·시민사회단체는 27일 전북교육청 앞에서 조례 제정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연다.
전북교육청이 추진하는 교육인권조례의 홍보물.
전북교육청은 조례안 가운데 학생인권조례와 중복되거나 충돌하는 조항이 있으면 시민사회와 협의를 거쳐 학생인권조례를 손질하겠다는 입장이다. 서거석 전북교육감은 26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교육인권조례는 보수단체의 민원도 아니고 평소 내 교육철학이 반영된 것”이라며 “학생 인권이 보장되지 않아 학생인권조례를 만들었듯이, 지금은 교권이 너무 약화돼 이대로 가면 수업도 안 되고 학생 지도도 안 되기 때문에 교직원의 인권을 증진하는 새 조례가 필요한 것”이라고 했다. 전북 교육청은 지난 20일 조례안을 입법예고했고, 다음달 12일까지 의견 수렴을 한 뒤 최종 심의를 거쳐 4월에 조례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