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전국 호남

옛날 다방 성냥갑·중고교 교복…시민들이 ‘전주의 기억’을 모았다

등록 2023-03-13 12:46수정 2023-03-13 13:00

전주시민기록관 2019년 개관
시민들이 모은 6900여점 보관·전시
2019년에 전북 전주시 덕진구의 옛 보훈회관을 리모델링해 문을 연 전주시민기록관의 전경. 박임근 기자
2019년에 전북 전주시 덕진구의 옛 보훈회관을 리모델링해 문을 연 전주시민기록관의 전경. 박임근 기자

1914년 조선총독부가 발행한 보통학교 국어교과서, 1930년 전주공립농업학교(현 전주생명과학고) 20주년 사진첩, 1942년 제2회 전주사범학교(현 전주교대) 졸업기념 앨범, 1955년 제1회 남녀학도 예술대회 트로피와 기념메달, 1965년 광주와 전남·북, 제주의 지역정보를 담은 호남약도, 1972년에 만든 ‘전주의 찬가’ 엘피(LP) 레코드판, 1970~80년대 중고교 교복에 착용한 배지, 1980년대 전주 원도심 다방의 성냥갑.….

지난 9일 오후 찾은 전북 전주시 덕진구 인후동에 있는 전주시민기록관은 시민들의 다양한 삶의 기억을 보관하는 박물관이었다. 역사성을 위해 옛 보훈회관을 리모델링한 지상 2층 규모(연면적 352㎡)의 건물이다. 1층 현관을 들어서자 ‘보이는 수장고’(전시실)의 물품들이 눈에 들어왔다. 수장고 벽에는 기증자 시민 200여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2층 수장고에는 기증품이 보관돼 있었다. 보존을 위해 항온·항습기, 냉난방기, 질소가스 소화 설비 등이 갖춰져 있다.

전주시민기록관 1층 보이는 수장고의 모습. 박임근 기자
전주시민기록관 1층 보이는 수장고의 모습. 박임근 기자

전주시는 2019년 12월 전주시민기록관을 개관했다. 전주의 기억과 시민들의 삶이 담긴 다양한 기록물을 전시·보관하기 위함이다. 시가 기록문화도시로서의 정체성 확립을 위해 그동안 흩어져있던 과거·현재 전주 관련 기록물이 사라지기 전에 한곳에 모아 정리했다. 2016년 8월에 전주시 민간기록물 수집·관리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그해 10월 ‘전주, 천년의 기록을 찾습니다’를 내세워 제1회 전주기록물 수집공모전을 열었고, 지금까지 모두 11차례가 이뤄졌다.

전주시민기록관 1층 보이는 수장고 벽에는 기증자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박임근 기자
전주시민기록관 1층 보이는 수장고 벽에는 기증자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박임근 기자

지난해에는 어린이날 100주년을 맞아 1948년 전주중앙유치원 졸업 사진과 해방 이후 전주의 시대상이 담긴 사진 등을 수집했다. 그동안 공모전 등에서 모두 6900여점을 모았다. 올해는 ‘우리 마을’을 주제로 12회 공모전을 연 뒤 마을기록 아카이브를 추진할 예정이다. 또 기록물의 정보와 사연을 담아 재미있는 동영상을 제작해 홍보할 계획이다. 신혜경 주무관은 “체계적 관리와 보존을 위해 자료의 목록화·디지털화를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전주시민기록관 직원이 2층 수장고에 보관된 책을 보여주고 있다. 박임근 기자
전주시민기록관 직원이 2층 수장고에 보관된 책을 보여주고 있다. 박임근 기자

평일에 20~30명이 방문하며 반응도 좋다. 서울에서 이사를 온 모녀 관람객은 “남편 직장 발령으로 전주로 이사를 왔는데, 딸과 지나가다 우연히 들렀어요. 아이도 전학을 해야하는데, 아직은 낯설기만 한 타지에서 시민기록관에 있는 옛 전주 사진과 생활 물품을 보니 전주가 더 친근하게 느껴져서 좋아요”라고 말했다. 기록관리 전공자 20대 대학원생은 “민간기록물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가 참 어려운 일인데, 시민들의 기증으로 이런 공간이 생겼다는 게 전주의 자랑거리라고 생각이 드네요. 기증을 왜 아름다운 공유라고 하는지 새삼 느끼고 갑니다”라고 남겼다.

1949년에 찍은 전주서문유치원 원생과 가족들의 모습. 전주시민기록관 제공
1949년에 찍은 전주서문유치원 원생과 가족들의 모습. 전주시민기록관 제공

이동희 전 전주역사박물관장은 “조선 시대 전주사고 등 기록문화의 전통이 있는 전주에서 민간기록물을 수집·보존은 뜻깊은 일로 주변 자치단체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말했다.

1942년 전주덕진공원 연못에서 찍은 사진. 전주시민기록관 제공
1942년 전주덕진공원 연못에서 찍은 사진. 전주시민기록관 제공

1937년 전주공립농업학교(현 전주생명과학고) 졸업앨범에 나오는 전주역에서 찍은 사진. 전주시민기록관 제공
1937년 전주공립농업학교(현 전주생명과학고) 졸업앨범에 나오는 전주역에서 찍은 사진. 전주시민기록관 제공

1937년 전주공립농업학교(현 전주생명과학고) 졸업앨범에 나오는 한옥마을 오목대에서 찍은 사진. 전주시민기록관 제공
1937년 전주공립농업학교(현 전주생명과학고) 졸업앨범에 나오는 한옥마을 오목대에서 찍은 사진. 전주시민기록관 제공

올해 제12회를 맞는 전주기록물 수집공모전 포스터.
올해 제12회를 맞는 전주기록물 수집공모전 포스터.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전국 많이 보는 기사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1.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2.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3.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4.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5.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