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 서구 덕흥동 덕흥보 둔치에 있는 영산강 물 취수시설. 정대하 기자
심각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광주에 영산강 물이 50여년만에 시민들이 마실 물의 원수가 되고 있다. 영산강 유역에 있는 광주는 섬진강수계권의 물을 식수원으로 사용하고 있다.
13일 광주시상수도사업본부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 2일부터 서구 덕흥동 취수장에서 20㎞에 달하는 관로를 통해 하루에 3만t의 영산강 물을 원수로 취수하고 있다. 3만t은 광주 시민들의 하루 물 사용량 50만t의 6% 정도다. 영산강 물을 끌어올려 식수로 사용하는 것은 51년만이다.
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지난 1월부터 건천인 광주천에 물을 대던 송수관로를 활용해 50m 정도의 신규 관로를 설치한 뒤 영산강 물을 용연정수장으로 공급하고 있다. 시는 4월말까지 동구 학동 원지교 인근에 가압장을 설치해 수압을 높이면 하루 5만t의 물을 용연정수장으로 보낼 수 있다. 사업비는 35억원이 들어간다.
광주시상수도사업본부가 영산강 물을 용연정수장으로 끌어 올리기 위해 비상 송수관로를 설치하고 있다. 광주시상수도사업본부 제공
영산강 물을 긴급하게 식수원으로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은 광주천으로 연결해 뒀던 송수관로 덕분이다. 광주시는 1955년 북구 동운동 산동교 인근 영산강 인근에 제3수원지를 완공해 영산강 물을 모터펌프로 끌어올려 원수로 사용했다. 그러다가 1972년 화순 동복댐 수원지를 준공하자 제3수원지 취수를 중단했다.
시는 지난해 겨울부터 가뭄이 심각해지자 덕흥동 취수구에서 영산강 물을 다시 식수 원수로 취수하기로 결정했다. 시는 1997년 덕흥동 영산강 본류~학동 백화아파트 11.8㎞ 구간에 송수관로를 설치한 뒤 영산강 물 5만~6만t을 유량이 부족한 광주천에 공급하고 있다. 임동주 시 상수도사업본부 물운용총괄과장은 “불과 두 달 만에 영산강 물을 끌어올려 광주 시민들의 마실 물로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은 광주천으로 가는 송수관로 덕분”이라고 말했다.
영산강 물을 용연정수장으로 보내는 이유는 2021년 용연정수장에 고도정수처리장을 설치했기 때문이다. 4급수인 영산강 물을 식수 원수로 사용하려면 고도정수처리장이 필수적인데, 남구 덕남정수장엔 고도정수처리 시설이 없다.
광주시상수도사업본부는 동구 학동 광주천 원지교 인근에 끌어 올릴 물의 수압을 높일 가압장을 설치하는 공사를 하고 있다. 광주시상수도사업본부 제공
문제는 가뭄이 길어질 경우 영산강 물도 취수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이날 “농림축산식품부 및 농어촌공사 등과 전남 장성호의 물을 영산강 유역으로 일정량씩 흘려보내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해수담수화 방안도 준비해야 하겠지만, 가장 효과적인 대책은 절수”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0시 기준 광주의 주요 식수원인 전남 화순 동복댐 저수율은 19.77%, 순천 주암댐은 18.13%로 집계됐다. 동복댐의 저수율이 20% 아래로 떨어진 것은 14년 만에 처음이다. 동복댐 등의 저수율이 7%대에 달하면 30년 만에 광주에 제한급수를 해야 한다.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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