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오후 전북 고창군 고창읍 화산리 화산마을회관의 모습. 오른쪽에 마을회관과 경로당이라고 쓰인 간판이 붙어 있다. 박임근 기자
전북 지역의 한 전직 군수가 자신의 고향 마을회관을 사유화해 마을 주민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전북 고창군 고창읍 화산리 화산마을 주민 등의 말을 들어보면, 박우정(78) 전 고창군수는 낙선 직후인 2018년 하반기부터 마을회관을 개인 용도로 써왔다. 주민들이 그에게 여러 차례 회관을 비워달라고 통사정을 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고 한다. 마을회관 열쇠도 한사코 공유하지 않았다. 주민들은 군수까지 지낸 지역의 실력자인 그에게 법적 조처를 취하기도 어려웠다. 지난달 8일에는 고창군청 직원들이 주민에게 난방비 특별지원금을 지급하려고 마을회관을 사용하려고 했지만, 문이 잠겨 있어 회관 앞마당에서 업무를 봐야 했다.
화산마을의 한 주민은 “고충과 불편함이 이저저만이 아니다. 아무리 고향이라고 해도 마을회관을 사실상 개인 집무실로 사용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언제까지만 참아달라는 기한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이마저 없으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은 “솔직히 많이 불편하다. 군청과 읍사무소에서도 알고 있지만, 군수로 모시던 사람인지라 직원들도 뭐라고 못 한다. 주민들이 함께 써야 하는 공간을 무단으로 사유화하는 행태를 언제까지 참아야 하느냐”고 했다. 주민들은 후과가 두려웠는지 이름은커녕 성과 나이조차 밝히지 않으려고 했다.
지난 16일 오후 찾은 전북 고창군 고창읍 화산리 화산마을회관의 출입문이 굳게 닫혀 있다. 박임근 기자
박 전 군수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주민들에게 작은 불편이야 있겠지만, 내가 있어서 사용을 못 하고 그런 것은 아니다. 마을회관은 평소엔 거의 사용 안 하고 몇달에 한번씩 회의 용도로밖에 안 쓴다. 전임 이장이 마을회관을 유지하려면 운영비가 필요하다며 이곳을 써달라고 해서 사용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이 마을은 내 고향이고, 논밭과 주소지도 아직 이곳에 있다. 사업체가 서울에 있어 주소지를 옮길 수도 있지만, 내가 낸 지방세가 고향에 몇 푼이라도 떨어지게 하려고 주소지를 옮기지 않았다. 정 불편하다면 개인 물품을 치워 마을 주민들이 편히 쓸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박 전 군수는 그동안 회관 난방비로 40만원을 두 차례 부담했지만, 별도의 공간 사용료는 내지 않았다고 한다.
고창읍행정복지센터는 “박 전 군수가 고창읍에 살면서 화산마을로 왕래하는 것으로 안다. 마을회관은 마을에서 관리하는 재산인 만큼, 미리 알았으면 조치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 전 군수는 2014년 6·4 지방선거에서 당선했으나, 4년 뒤 지방선거에서 낙선했다. 재임 마지막 해인 2018년 3월 공개된 자료를 보면, 박 전 군수의 재산은 85억800여만원으로 전북지역 재산공개 대상자 가운데 가장 많았다.
박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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