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중수도 시설 설치 대상 업체 현장. 광주시 제공
남부지방에 찾아온 50년 만의 가뭄으로 시민들에게 틈날 때마다 절수를 당부해온 광주광역시가 정작 허드렛물을 재이용하는 중수도에는 무관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광주환경운동연합이 ‘2022년 광주시 물 재이용시설 전체 현황’을 분석한 결과, 저류시설 등 빗물이용시설의 43%(총 65곳 중 28곳)와 중수도 시설의
64%(14곳 중 9곳)가 이용량 ‘확인 불가’로 나타났다. 중수도는 상수도와 하수도의 중간이란 의미로, 세면대·음료수대 등에서 한번 사용했던 물을 침전 처리해 화단 물 주기나 청소용으로 공급하는 시설을 말한다.
중수도 이용량이 확인된 4곳도 처리용량 대비 1일 이용량이 0.6~51%(현재 가동 중단된 사업장 제외)에 불과했다. 광주시청, 김대중컨벤션센터, 서구청사, 월드컵경기장 등 공공시설의 빗물이용시설과 중수도 이용량은 모두 ‘확인 불가’였고, 그나마 시설 이용량이 기록된 빗물 이용 시설 35곳 중 11곳은 이용량이 ‘0’으로 조사됐다. 시민들에게는 물 아끼기를 강조해온 공공기관들이 정작 절수에 큰 도움이 되는 재활용 허드렛물 사용에 무관심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셈이다.
특히 광주시는 2016년 환경부가 실시한 ‘물순환 선도도시 공모’에서 1위로 선정된 뒤 295억원(국비 200억원)을 투입해 치평동 일원(2.2㎢)에 물순환체계 개선 사업을 펼친 적도 있어, 중수도에 대한 지금의 무관심은 이율배반이란 목소리가 높다. 이경희 광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빗물 이용과 중수도 시설 설치 의무 대상을 확대해 광주시의 물 재이용률을 높이고, 물순환위원회가 조례에 규정된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상설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경아 시 수질관리팀장은 “빗물 재활용이나 중수도 이용이 공공기관에 부과되는 법적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앞으로 이용률을 높이도록 권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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