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시의회가 7일 전체 의원 간담회를 열고 있다.여수시의회 제공
전남 여수시 간부공무원이 자신의 업무태만을 지적했다며 시의회 본회의 중 의원석에 앉아있던 시의원을 회의장 밖으로 끌고나가 파문이 일고 있다.
11일 역대 여수시의원 모임인 ‘여수시 의정동우회’와 여수시 등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달 29일 여수시의회 제227회 임시회 4차 본회의에서 정아무개 수산관광국장은 5분 발언을 마친 김철민 의원에게 다가가 팔을 두차례 잡아끌며 회의장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초선인 김 의원은 당시 ‘리더가 갖춰야 할 태도와 역량’을 주제로 5분 발언을 진행하며 여수지역 양식어가 저수온 피해, 일본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 등에 대한 여수시 대책을 촉구했다. 여수시의회 누리집에 올라온 5분 발언 영상을 보면 김 의원은 “최근 저수온 피해로 국회의원, 송상근 해양수산부 차관, 김영록 전남도지사, 전남도 수산국장, 정기명 여수시장, 김영규 여수시의회 의장 등이 안타까운 마음으로 현장에 모였다”며 “본 의원 또한 4일에 걸쳐 피해 현장을 찾았으나 여수시 수산업을 진두지휘하는 정아무개 여수시 수산관광국장은 현장에서 한 번을 뵙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발언이 끝난 뒤 정 국장은 회의장 밖에서 김 의원에게 명예훼손을 언급하며 항의했다고 한다. 당시 김영규 시의회 의장, 정 시장, 관계 공무원 등은 이들이 회의장 밖으로 나가는 모습을 지켜봤으나 제지하는 사람은 없었다. 회의가 끝난 뒤 일부 의원들이 항의하자 이달 7일 정 시장과 정 국장은 전체 의원 간담회에 참석해 사과와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하지만 김 의원은 자리를 떠나 대면 사과는 이뤄지지 않았다. 10일 열린 제228회 여수시의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정 국장은 다시 시의원 전체를 대상으로 사과했다.
김영규 시의회 의장은 “이번 소동은 의회를 바라보는 시의 태도를 단적으로 보여준 예”라면서도 “다행히 지난주 전체의원 간담회 때 시장의 유감 표명과 해당 간부 공무원의 사과가 있었다”며 “진정성을 받아들여 마무리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여수시 홍보담당관실도 “7일 시장과 해당 국장, 10일 국장이 ‘불미스러운 일이 생겨 죄송하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하겠다’며 사과했다”며 추가 조치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여수시의회 전직 시의원 모임인 의정동우회는 성명을 내어 “이번 사태는 지방자치 의회민주주의의 근간을 부정하는 초유의 사태”라며 “정 시장은 해당자를 즉시 직위해제하고 징계 절차에 착수해야 한다. 미흡하게 조치할 경우 주민소환투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 국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2월23일 화태도에 저온피해 현장 점검을 갔다. 김 의원의 5분 발언 내용은 사실은 다르다”며 “억울한 심정에 회의 도중 바로 앞자리에 있던 김 의원에게 항의했다. 잘못을 인정하고 의원분들께 사과드린다”고 해명했다.
김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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