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시 완산구 효자5동의 거리에 통장을 공개 모집한다는 내용의 펼침막이 지난 21일 내걸렸다. 전주시통장연합회 제공
전북 전주시 완산구 효자5동에는 48개의 통이 있다. 이 중에서 한 곳은 지난해 7월부터 공석이다. 한 달에 한 번꼴로 모집공고를 냈으나 지원자가 없어 통장을 뽑지 못했다. 최근에는 거리에 펼침막을 내걸고 공개 모집에 나섰다. 효자5동 다른 한 곳도 수개월 동안 공석이었다가 최근에야 지원자 1명이 나타났다. 1인 가구 원룸이 많은 이곳에는 행정 최일선의 통장을 구하기가 힘들다. 아파트가 많은 곳에는 그나마 통장 지원자들이 있어서 원룸촌과는 사정이 다르다.
전북 전주시는 올해 1월 말 기준 35개동 1346개통이 운영되고 있는데, 이 중에서 40곳(3%)의 통장이 공석으로 집계됐다고 25일 밝혔다. 통장은 행정의 최일선에서 △주민의 거주이동 상황 파악 △각종 사실 확인 △고지서 송달 협조 등 주민과 행정의 가교 구실을 한다.
그러나 1인 가구가 많은 원룸촌과 옛도심 단독주택 지역을 중심으로 통장을 구하기가 힘들어지고 있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지는 측면에다 소득에서도 통장으로 일하는 것보다 다른 아르바이트를 구하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방자치단체 예산편성 운영기준에는 통장·이장 활동보상금이 기본수당 30만원 이내, 회의 참석 수당 월 2회(1회 2만원), 명절에 주는 상여금 연간 200%(30만원씩 2회)가 있다. 이에 따라 설과 추석을 제외한 달에는 월 34만원을 받는다. 과거에는 통장 지원 주요 사유가 통장의 자녀장학금이 강점이었다. 하지만 통장의 연령대가 갈수록 높아져 실제 혜택이 되는 대상이 적고, 국가장학금 등 다른 장학금과 중복해 받을 수가 없는 한계가 있다.
김형수(65) 통장은 “카페나 식당에서 아르바이트하면 더 많은 금액을 벌 수 있고, 주민이 전입신고를 하면 직접 방문해서 본인 거주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데 낮에는 만나기가 힘들다. 혼자 사는 직장인이 많은 원룸은 비밀번호를 알아야 해서 출입문 통과도 어려워 접근이 쉽지 않다. 쪽지를 남기고 밤에 2~4번을 방문해야 겨우 만나는 등 애로가 많다”고 말했다.
전북 전주시 완산구 효자5동의 거리에 통장을 공개 모집한다는 내용의 펼침막이 걸려 있다. 전주시통장연합회 제공
이에 따라 통장의 연임 횟수를 늘리는 등의 규정 완화 목소리가 나온다. 전주시 통·반설치조례 및 시행규칙에는 통장 임기가 2년이고 1회 연임이 가능하다고 정하고 있다. 4년 임기를 마친 이후에는 새로 모집공고를 내야 한다. 전주시통장연합회 관계자는 “모집공고가 6번 이상 냈는데도 공석이면 동장 직권으로 전임자에게 통장 임무를 맡길 수 있는 규정이 마련되는 등 탄력적인 방안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주시는 “지역별로 상황에 대한 편차가 심해 일률적으로 연임 규정 등을 적용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박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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