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2명이 숨진 채 발견된 전북 전주시 덕진구 한 아파트에서 경찰이 증거물을 확보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북 전주에서 일가족 4명이 차례로 숨지는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유력 용의자는 28일 오전 저수지에 빠져 숨진 채 발견된 둘째 아들 ㄱ(43)씨다. 경찰은 ㄱ씨가 아버지와 그의 동거녀를 살해하고, 친형 ㄴ(45)씨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전북경찰청은 28일 “이날 오전 5시51분께 전북 전주시 덕진구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한 남성이 숨져 있는 것을 학교 관계자가 발견해 신고했다”고 밝혔다. 숨진 남성의 몸 여러 곳에서 흉기에 찔린 상처가 발견됐다. 신고자는 “쓰러진 남자가 피를 많이 흘리고 호흡과 의식이 없는 것 같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경찰은 폐회로텔레비전(CCTV) 분석을 통해 ㄱ씨가 숨진 남성을 차로 들이받은 뒤, 흉기로 찔러 살해한 사실을 확인했다. 숨진 남성은 ㄱ씨의 친형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신고 2시간여 만에 사고 현장에서 12㎞가량 떨어진 저수지에서 용의자의 차량을 찾았다. ㄱ씨는 물에 빠져 숨져 있었다. ㄱ씨는 이날 새벽 형 ㄴ씨와 함께 렌터카를 타고 학교 운동장을 찾았고, 운동장에 쓰러진 형을 남겨둔 채 교문을 빠져나와 저수지로 향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건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숨진 ㄴ씨가 살던 아파트에서 시신 2구가 더 발견된 것이다. 사건이 발생한 초등학교와 인접한 ㄴ씨의 아파트를 찾은 경찰은 그의 아버지(70)와 한 여성(58)이 함께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당시 아버지와 이 여성 모두 흉기에 찔린 상태에서 거실에 숨진 채 쓰러져 있었다.
시신이 발견된 아파트는 숨진 형과 아버지가 함께 살던 곳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ㄱ씨가 아버지와 동거녀를 먼저 살해하고 형까지 숨지게 한 것으로 조심스럽게 추정하고 있다. 또 범행 뒤 저수지에 차를 버리고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현재까지 ㄱ씨가 남긴 유서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범행에 사용된 흉기도 찾지 못했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은 ㄱ씨와 형, 아버지 모두 폭행 시비로 1~2차례 이상 경찰서를 찾았다는 것이다. 경찰은 정확한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하고 범행 동기 등도 수사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동기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아 가족 간의 불화나 금전적 문제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주변 탐문 조사와 부검, 휴대전화, 증거물 분석 등을 통해 사건의 실체를 밝히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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