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 성지’ 노키즈존 즐비한 제주…금지 조례안 통과될까

‘아동 출입제한업소 지정 금지 조례안’ 입법 예고

<한겨레> 자료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노키즈존은 어린이와 동반 부모에 대한 인권침해다.” “다른 손님을 배려하려는 차원으로 영업상 자유다.”

관광도시 제주에서 영유아 또는 어린이를 동반하는 손님을 출입하지 못하게 하는 ‘노키즈존’(No Kids Zone)을 금지하는 조례안이 입법예고됐다. 찬반 논란이 뜨거운 ‘노키즈존’에 관한 조례가 제정될지 주목된다.

제주도의회는 3일 “더불어민주당 소속 송창권 의원(외도·이호·도두동)이 ‘제주도 아동 출입제한업소(노키즈존) 지정 금지 조례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이 조례안(4조)은 “도지사는 도민 차별과 인권 침해를 예방하고 아동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키즈존 지정을 금지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를 위해 조례안은 도지사가 노키즈존 운영 업소에 대해 지정금지를 권고하거나 계도하는 등 차별금지와 관련한 인식 개선 활동을 펼치도록 했다. 또 영업장 내 아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선 제도적 해결책을 지원하고, 아동의 공공장소 이용에 대해선 보호자 교육을 강화하도록 했다.

송 의원은 이번 조례안 발의와 관련해 “제주도는 가족여행을 많이 오는 관광지이지만 전국 어느 곳보다 노키즈존 비율이 높다”며 “선별적으로 아이들을 진입조차도 못하게 하는 것은 또다른 아동 차별이다. 가족여행을 권장하고 아동친화도시를 만들어가야 하는데, 노키즈존으로 제한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제주도의회는 오는 8일까지 도민들의 찬반 의견을 수렴한 뒤, 해당 상임위원회(보건복지안전위) 법률 검토 등을 거쳐 본회의 상정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제주연구원 사회복지연구센터에 따르면 제주 노키즈존은 78곳으로 전국 노키즈존의 14.4%를 차지한다. 인구당 노키즈존의 수도 제주가 압도적으로 많다. 인구 10만명당 비율로 보면, 제주가 11.56곳으로 월등히 많고, 그다음이 경북 1.89곳, 강원 1.88곳, 부산 1.86곳 등이다. 센터는 제주에 노키즈존이 많은 게 ‘관광지’라는 지역 특성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센터는 노키즈존의 대안으로 아동을 통제가 아닌 보호의 대상으로 여기고, 공공장소에서의 사회적 예절에 관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공공장소 예절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이를 이수한 가족에게 인센티브를 주고, 갑질·진상 부모를 규제할 수 있는 방안이나 영업을 방해할 수 있는 특정 행위를 제재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한국리서치가 2021년 11월에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사업주가 행사하는 정당한 권리이자 다른 손님에 대한 배려’라는 이유로 ‘노키즈존을 허용할 수 있다’는 응답이 71%에 달했다. ‘허용할 수 없다’는 17%였다. 하지만 응답자의 11%가 ‘음식점(카페)에 도착하고 나서야 노키즈존을 알게 돼 입장하지 못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고, 이 때문에 ‘온라인에 매장 정보를 제공할 때 노키즈존 여부를 반드시 명시해야 한다’는 응답도 84%로 나왔다.

박임근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