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중앙공원 안 풍암호수 전경. 광주시 제공
광주시가 민간공원 특례사업지인 중앙공원 안 풍암저수지(풍암호수)의 수질개선 대책으로 바닥에 물을 흡수하는 점토를 까는 ‘벤토나이트 공법’을 채택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를 적용할 경우 인근 지하수가 고갈되고 물 흐름이 차단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광주시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공원일몰제에 따른 광주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엔 농어촌공사 소유인 풍암호수가 포함돼 있다. 1956년 관개용 저수지로 설치된 풍암호수의 면적은 11만9814㎡이며, 수질은 4~5등급 수준이다. 민간사업자인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은 풍암호수 수질을 3급수 수준으로 개선한 뒤 농어촌공사로부터 매입해 시에 기부채납해야 한다.
민간사업자 쪽은 ‘풍암호수 수질 개선 전담팀’(TF)은 수질개선안을 토대로 호수 최고 수심을 4.2m에서 2.5m로 낮추고 매일 지하수 관정 등에서 물을 퍼 올려 유입시키는 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풍암동 일대 주민들이 꾸린 주민협의체는 “수심을 낮추지 말고 원형대로 보존해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지난 3월 주민협의체 관계자들을 만나 원형 보존을 약속했다가 최근 이를 번복했다.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 시에 낸 ‘풍암저수지 수질개선 지하수 영향 조사서’에서도 지하 관정의 적정 채수량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광주시 제공
민간사업자는 풍암호수 수질 개선을 위해 바닥에 점토를 다지고 차수막을 까는 벤토나이트 공법을 시행한 뒤 인근에 관정 8개를 뚫어 하루 1000톤의 지하수를 끌어들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주인석 시 민간공원특례사업팀장은 “지하 관정에서 끌어올린 깨끗한 물이 지하로 다시 유실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선택한 공법”이라고 말했다. 민간사업자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 시에 낸 ‘풍암저수지 수질개선 지하수 영향 조사서’를 보면, 풍암호수 주변엔 46개의 관정이 있는데 적정 채수량은 895톤으로 나와 하루 1000톤에 미치지 못한다.
이와 관련해 손승락 도시산책 대표는 “민간사업자가 풍암호수 인근에 지하 관정을 파 하루에 지하수 1000톤씩을 공급하더라도 그 물 역시 녹조를 유발하는 인화합물이 다량 함유돼 있어 수질개선 효과가 없다"고 반박했다. 손 대표는 그 근거로 박창근 관동대 교수가 2022년 12월12일 ‘풍암호수 수질개선 방안 토론회’에서 공개한 풍암호수 인근 지하수의 총인량을 들었다. 박 교수의 자료를 보면, 풍암호수 총인은 0.04㎎/ℓ(2019년), 0.045㎎/ℓ(2020년),0.042(2021년)㎎/ℓ였고, 풍암호수 주차장 쪽 관정의 지하수 총인은 0.043㎎/ℓ로 호수물과 차이가 없었다.
풍암호수 인근 지하수가 고갈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성기 조선대 명예교수(환경공학과)는 “벤토나이트를 ‘흙매트’처럼 바닥에 시공하면 지하로 물이 스며들지 못하는 불투수층이 늘어난다”며 “이럴 경우 풍암호수 인근 지하로 물이 흘러들지 않아 지하수가 고갈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8월4일 오후 광주시 서구 풍암동 풍암호수 인근 롯데아울렛 건너편 하수도에서 손승락 도시산책 대표가 쓰레기 매립장 침출수가 유입되고 있는지를 파악하고 있다. 정대하 기자
풍암호수 바닥을 불투수 공법으로 시공하는 것은 광주시의 물순환 선도도시 정책과도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다. 광주시는 2016년 환경부 물순환 선도도시로 선정됐다. 양해근 한국환경재해연구소 소장은 “차수 매트를 깔면 호수 물과 지하수가 격리된다. 물순환 선도도시를 한다면서 불투수 재료로 시공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시 관계자는 “관정으로 뽑아 올리려는 물은 지하 150m에서 퍼 올리기 때문에 그보다 얕은 층을 흐르는 인근 지하수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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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풍암호수 쓰레기 침출수 유입”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