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광주 전일빌딩에서 열린 광주시립요양병원·정신병원 노동자 증언대회. 정대하 기자
‘정당한 피케팅으로 부당해고가 웬 말이냐?’
21일 오전 광주 광산구 삼도동 광주시립제1요양병원과 광주시립정신병원으로 가는 길에 펼침막 10여개가 붙어 있었다. 2월1일부터 빛고을의료재단이 위탁을 받아 운영하고 있는 두 시립병원에선 노조원 40여명이 지난 15일부터 조합원에 대한 부당해고 철회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두 병원에선 의사 9명과 간호사·간호조무사 등 187명이 근무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98명이 조합원이다.
박가연 노조 비상대책위원장은 “빛고을의료재단이 ‘기존 단체협상안을 승계하겠다’고 구두로 약속하고도 지키지 않았다”며 “노조에서 점심시간 등에 단협 승계를 촉구하며 15분간 피케팅을 했다는 이유로 지부장 등 6명을 지난 1일자로 해고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병원 쪽은 “구두 약속을 한 적이 없다”며 “2월부터 로비에서 여섯 차례나 음악을 트는 등의 행위로 환자 전화를 받지 못해 어쩔 수 없이 해고했다”고 맞서고 있다.
조합원들은 호봉제에서 연봉제로 전환한 뒤 기본급이 매달 달라지는 것에 대해서도 불안해했다. 실제 한 직원의 기본급이 4월엔 252만9000원이었으나, 5월엔 263만1000원으로 책정됐다고 한다. 박 비대위원장은 “병원 쪽에서 근로계약서, 연봉계약서, 취업규칙 개정 동의서 등 세가지 서류에 서명하지 않으면 월급을 주지 않겠다고 했다”며 “이를 근거로 4월 임금부터 연봉제로 전환하면서 기본급 액수가 달라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병원 쪽은 “직원 68%가 자발적으로 연봉계약서에 서명했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21일 오전 광주 광산구 삼도동 광주시립제1요양병원 1층 로비에 붙은 벽보. 정대하 기자
근로조건이 바뀐 것을 두고도 반발이 거셌다. 조합원들은 “보호사(조무사)들의 임금을 줄이려고 야간 취침 시간을 밤 9시부터 새벽 2시까지로 바꿨다”며 “이 때문에 간호사 1명이 1개 병동 90여명 환자의 취침 전 투약을 홀로 떠맡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병원 쪽은 “보호사들의 수당이 줄어드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의료법 기준에 따라 적정 근무 인원을 배치하고, 보호사 휴게시간을 한두 시간 더 늘린 것”이라고 강조한다.
최근 이 병원에서 옴 확진자 2명, 의심환자 9명, 기타 피부질환자 24명이 나온 것에 대해서도 조합원들은 “병명 확인과 방역 강화가 늦었다”고 주장했지만, 병원 쪽은 “옴 의심 질환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대처했다”고 반박한다.
빛고을의료재단은 노조가 파업에 들어간 뒤 두 병원을 직장폐쇄하고 환자 30명을 민간 요양병원으로 옮겼다. 광주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날 “적자 구조를 개선한다며 ‘홍역’은 어쩔 수 없다는 재단 쪽 인식이 문제다. 정당한 주장을 하는 노조를 탄압하고, 공공성보다 수익성만 추구하는 재단을 시가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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