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장성군 장성읍에 있는 고려시멘트 장성공장. 장성군 제공
“시가지 초입에 낡고 흉물스러운 대형 공장이 버티고 있어 볼 때마다 눈에 거슬렸는데, 없어진다니 속이 다 시원합니다.”
4일 전남 장성군 황룡면 월평리 신기촌마을에서 만난 장필권(70) 이장은 고려시멘트 장성공장 이전 소식을 누구보다 반겼다. 신기촌마을은 고려시멘트가 운영하는 건동광산이 지척에 있어 수십년간 분진, 발파 소음에 시달리던 곳이다. 장 이장은 “아직 공장 터를 어떻게 할지 계획이 나오지 않았지만 공장 쪽과 장성군, 주민들이 잘 협의해 장성 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장성군과 시멘트공장 쪽 말을 종합하면, 고려시멘트는 노조와의 협의로 이달까지 재고 원료를 소진하고 다음달 문을 닫을 계획이다. 앞서 고려시멘트가 지난달 12일 노조에 이달 중순 장성공장을 폐쇄하고 노동자 78명을 이달 11일자로 정리해고하겠다고 통보하자 노조는 지난달 13일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노조와 회사는 1일 퇴직위로금 지급, 이달 31일까지 정상 가동 뒤 폐쇄 등에 합의했고, 노동자들은 3일부터 업무에 복귀했다. 고려시멘트 경영지원팀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원료를 소진하면 폐쇄할 방침이라 정확한 시점을 아직 알기 어렵다”며 “늦어도 다음달에는 폐쇄 결정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1962년 서울시멘트제조로 시작해 1970년부터 지금 이름으로 바꾼 고려시멘트는 지역사회에 크고 작은 영향을 끼쳤다. 공장 설립자인 고 박철웅 조선대 초대 총장은 이곳의 시멘트를 이용해 조선대 건물을 짓는 한편, 회사 자본금을 활용해 대학 사유화에 나섰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후 1995년 부도로 법정관리에 들어갔다가 2004년 유진그룹이 인수했고 2012년 강동그룹으로 다시 소유주가 바뀌었다. 공장이 운영되던 60년간 인근 주민들은 석회석 분진 등으로 고통받았다. 1989년 장성군 주민대책위원회와 고려시멘트는 공장을 이전하기로 합의했지만 무산되며 갈등이 이어졌다. 2013년 4월 환경부가 공장 주변 주민 건강 조사를 벌인 결과, 직업력이 없는 진폐증 환자 3명과 환기기능장애 유소견자 166명을 확인했다.
공장 터는 택지로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 장성군이 지난 4월 공개한 ‘고려시멘트 부지개발 모델 기본구상 및 타당성 조사’ 용역보고서를 보면 주거와 상업, 관광 등을 혼합한 ‘복합형’ 개발을 최우선 대안으로 꼽았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문희태(59) 황룡면 옥정리 이장은 “지하 수백m까지 석회석광산 갱도를 만들었는데 공장 문을 닫고 방치하면 관리가 되지 않아 땅꺼짐 현상이 일어날까 걱정된다”며 “공장 터 활용에 앞서 원상복구 문제를 먼저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문길주 전남노동권익센터장도 “공장 폐쇄 뒤에도 석회 가루가 주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 파악하기 위해 전라남도와 장성군이 환경영향평가와 건강실태조사를 꾸준히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