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연(왼쪽) 작가와 박상운 신부의 모습. 권상연성당 제공
“저 스스로 신체적 아픔을 겪고 나니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에 대한 이해가 더 깊어진 것 같습니다.”
지난 2일 축성식이 열린 전북 전주 권상연 야고보성당의 미술 작업을 담당한 정미연(68) 작가의 말이다. 이 성당은 신축을 추진하던 2021년 3월11일, 한국 가톨릭사의 첫 순교자인 윤지충(1759~1791) 바오로와 권상연(1751~1791) 야고보의 유해가 전북 완주군 소재 초남이성지에서 발견되면서 전주교구에 의해 순교자 기념성당으로 지정됐다.
성당 신축은 박상운 주임신부와 정 작가가 설계 단계부터 긴밀히 협의를 거쳤다. 박 신부는 과거에 성당 건축을 함께한 정 작가를 떠올렸고, 성당내 미술품에 관한 논의를 시작했다. 국내 성당 가운데 모든 미술품을 한 명의 작가가 신축 때부터 전담해 작업한 것은 이례적이다.
하지만 돌발변수가 발생했다. 정 작가가 2021년 봄에 췌장암 진단을 받은 것이다. 1기였지만, 복강경 수술 후 이어진 12차례의 항암 치료는 힘든 과정이었다. 다행히 건강을 회복해 지난해 상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해 1년 정도가 지난 7월 초 작업 대부분을 마무리했다.
2일 축성식이 열린 전북 전주시 완산구 권상연성당의 모습. 권상연성당 제공
성당 안 미술작품은 청동조각, 스테인글라스, 부조, 환조 등 다양했다. 정 작가가 설치한 작품 200여점 중에서 절반가량이 새로 작업한 것들이다. 몸 상태가 완전하지 않아 어려움도 있었다. 축성식 전날 전화로 만난 그는 “항암을 하고 난 뒤에는 흙을 만지면 손에 변형이 왔다. 손가락이 굳어서 펴지지 않거나 뼈 마디 사이에 혹같은 게 생기기도 했다”고 말했다.
전북 고창에서 요양 중인 그는 예술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치유’라고 했다. “내면의 찌꺼기를 비우고나면 마음이 홀가분해 집니다. 사람들이 이곳에서 영적으로 치유받으면 좋겠습니다.”
박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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