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40대 여성이 살았던 전북 전주시 한 빌라의 11일 우편함 모습. 채권·채무 관계와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우편물이 있다. 박임근 기자
지난 8일 전북 전주의 한 빌라에서 사망한 40대 여성은 올해 7월 정부의 위기가구 발굴 대상에 포함됐지만, 사회복지 공무원과 연락이 닿지 않아 지원을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경찰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숨진 ㄱ씨는 지난 8일 오전 9시55분께 “세입자가 보이지 않고 개 짖는 소리가 난다”는 집주인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119구급대원에 의해 발견됐다. 옆에는 3~4살로 추정되는 아들이 의식을 잃은 채 쓰러져 있었다. 조사 결과 ㄱ씨는 올해 7월 정부의 ‘위기의심가구’에 포함돼 있었다. 전주시는 “ㄱ씨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는 아니지만 사회보장정보시스템(행복이음)에서 정부가 올해 네번째 통보한 (위기의심가구) 대상에 포함돼 있었다”고 밝혔다.
‘행복이음’은 정부가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마련한 시스템이다. 가스·수도·전기요금이나 건강보험료 등을 두달 이상 체납하는 개인 또는 가구는 이 시스템에 자동 등록되고, 전국 각 지자체에 알려진다. ㄱ씨는 빌라 관리비(6개월)와 가스비(3개월) 등을 연체했다고 한다.
지난 8일 숨진 40대 여성이 살았던 전북 전주시 한 빌라의 현관문. 숨진 여성의 아이의 것으로 추정되는 기저귀 상자가 있다. 박임근 기자
정부의 통보를 받은 전주시는 지난 7월28일 ㄱ씨에게 “지원 대상이니 어려움이 있으면 연락하라”는 안내문을 일반우편으로 보냈다. 이후 연락이 없자 지난달 16일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달 24일엔 담당 공무원이 직접 ㄱ씨의 집을 방문했으나 전입신고 때 ㄱ씨가 지번만 쓰고 호수를 정확히 기록하지 않아 만나지 못했다.
전주시 관계자는 “(이번 일을 계기로) 연락이 되지 않는 위기의심가구 대상자를 상대로 전수조사를 벌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숨진 ㄱ씨 옆에서 발견된 아이는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데다 출산기록도 없어 나이와 정확한 가족관계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정부가 최근 출생신고가 안 된 ‘미등록 아동’ 2천여명에 대한 전수조사에서 이 아동을 찾지 못했던 것도 출산기록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시는 설명했다. 아이의 나이는 애초 4살로 알려졌으나 정확하지 않다. 경찰은 신원 파악을 위해 유전자 감식을 할 예정이다.
박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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