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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억 들여 복원 ‘희경루’…현판에 강기정 광주시장 글씨·낙관 논란

등록 2023-09-20 19:09수정 2023-09-21 02:31

광주시 “자문위원회도 중건 취지에 적절 결정…과거 지방관이 현판 직접 써”
광주시가 157년 만에 60억원을 들여 복원한 광주 대표 누각 희경루에 강기정 광주시장의 낙관이 새겨진 한글 현판이 걸려 있다. 광주시 제공
광주시가 157년 만에 60억원을 들여 복원한 광주 대표 누각 희경루에 강기정 광주시장의 낙관이 새겨진 한글 현판이 걸려 있다. 광주시 제공

광주시가 조선시대 광주의 대표 누각이었던 희경루를 복원하면서 강기정 광주시장의 낙관이 찍힌 한글 현판을 달아 논란을 빚고 있다. 60억원의 예산을 들여 복원한 문화 건축물에 현직 시장이 썼다는 현판을 단 것은 ‘치적 내세우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광주광역시는 20일 남구 구동 누각 희경루 복원 공사에 60억원을 들여 이날 중건 기념식을 열었다고 밝혔다. 157년 만에 복원된 희경루는 전라도 정도(定道) 1000년을 기념해 2018년부터 정면 5칸, 측면 4칸, 팔작지붕, 중층 누각 형태로 지어졌다.

희경루에 설치된 현판은 2개로, 정면에 걸린 현판은 한자, 뒤쪽에 걸린 현판은 한글로 각각 제작됐다. 희경루 한자 현판은 ‘조선왕조실록 영인본’에서 글자를 골라 완성했다. 광주시는 희경루의 ‘희’(喜), ‘경’(慶)은 문종 즉위년 경오 3월 222쪽, ‘루’(樓)는 문종 즉위년 경오 8월 268쪽을 집자했다고 설명했다.

20일 광주시 남구 구동에서 광주 대표 누각 희경루 중건식이 열리고 있다. 광주시 제공
20일 광주시 남구 구동에서 광주 대표 누각 희경루 중건식이 열리고 있다. 광주시 제공

한글 현판은 강기정 광주시장이 쓴 글씨를 활용해 제작한 것이어서 적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강 시장은 지난 2~3월 필문 이선제 선생의 후손 서예가한테 한글 서예 지도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시 관계자는 “강 시장이 필문 선생 문중의 적극적인 도움을 받았다”며 “강 시장이 연습했던 한글 서예체를 디자인 업체에서 가져가 (가다듬어) 한글 현판을 다시 제작했다”고 말했다. 희경루 한글 현판엔 ‘광주광역시장인’, ‘강기정인’ 등 2개의 낙관이 들어 있다.

광주시는 “희경루 중건 자문위원회에서 ‘시장이 역사적인 건축물 희경루의 한글 현판을 작성하는 것이 중건 취지에도 적절하다’고 결정한 것과 과거 지방관이 현판을 직접 쓴 역사적 사실 등을 존중해 한글 서예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예산을 들여 복원된 건축물에 현직 시장의 낙관이 찍힌 현판을 건 것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광주 유학계 한 인사는 “과거 왕조시대 지방관들도 지역을 대표하는 누정이나 누각의 현판은 함부로 쓰지 않았다. 이번 일로 광주시가 전근대적인 행정을 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광주시 남구 구동 희경루. 광주시 제공
광주시 남구 구동 희경루. 광주시 제공

희경루는 조선시대 광주읍성의 객사였던 광산관 북쪽에 있었던 2층 누각이다. 신숙주(1417~1475)가 쓴 희경루 기문 등엔 “1451년 광주 목사로 부임한 안철석이 지역 부로들과 논의한 후 공북의 옛터에 지었다”고 나와 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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