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석 작가의 ‘김남주 상’. 5·18민주화운동기록관 제공
‘친구이자 동지’였던 혁명시인 고 김남주(1946~1994)와 민주화운동 원로 이강 광주전남민주화운동동지회 고문이 수채화로 만난다.
광주광역시5·18민주화운동기록관은 지난 20일 김호석 작가(66)와 수묵인물화 ‘이강 상’ ‘김남주 상’의 기증 협약을 체결했다고 21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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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수묵화단 거목’으로 꼽히는 김 작가는 역사적 인물들의 모습뿐만 아니라 정신까지 담아내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이번에 기증한 두 작품은 지난 4월 5·18기록관 기획전 ‘이강, 세상을 품다’에서 관람객들의 호응을 받았던 작품들이다.
김호석 작가의 '이강 상'. 5·18민주화운동기록관 제공
시인 김남주는 전남 해남에서 중학교에 입학해 이강을 처음 만났다. 유신 말기인 1979년 남민전 사건으로 9년 3개월간 옥고를 치렀던 그는 시 510편 중 360편을 옥중에서 썼다. 1988년 12월 형집행정지로 석방된 그는 1994년 췌장암으로 세상을 떴다.
이강 고문은 유신과 5·18, 6월항쟁으로 이어지는 한국 현대사에서 민주화운동에 헌신해 온 원로다. 그는 ‘동지’ 김남주 시인과 함께 1972년 박정희 정권의 유신체제를 비판한 전국 최초의 반유신 선언문 ‘함성지’ 발간을 주도해 옥고를 치렀다. 그의 여덟명의 남매 중 5남매가 민주화운동에 연루돼 고초를 겪었다. 김 작가는 “‘5월 광주정신’을 정의하려면 이강과 김남주가 반드시 소환돼야 하고, 기억돼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지난 4월 5·18기록관 기획전 ‘이강, 세상을 품다’에서 만난 김호석 화가(왼쪽)와 이강씨. 정대하 기자
홍인화 5·18민주화운동기록관장은 “기증된 작품을 다음달 상설전시실 2층에 전시할 예정”이라며 “두 사람이 보여준 삶을 대하는 자세와 숭고한 희생정신은 ‘오월 광주 공동체’의 의미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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