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익산시 망성면 나바위성지에 위치한 김대건 신부의 동상. 익산시 제공
“추석 연휴에 바티칸의 김대건 신부를 전북 익산에서 만나세요.”
가톨릭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성상이 설치되면서, 전북 익산에 있는 김 신부의 동상도 관심을 끌고 있다.
익산시는 26일 “최근 바티칸시국 성 베드로 대성전 외벽에 갓을 쓰고 도포를 두른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성상이 세워졌는데, 갓을 쓴 김 신부의 동상은 바티칸이 아닌 가까운 익산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고 밝혔다. 아시아 출신 성인의 성상이 성 베드로 대성전에 설치된 것은 교회 역사상 처음이다.
익산시 망성면 화산리에 자리한 ‘나바위성지’는 한국인 첫 사제인 김 신부가 중국에서 사제 서품을 받고, 1845년 10월 신자 등과 함께 라파엘호를 타고 금강으로 들어와 입국한 곳이다. 성지에 있는 성당의 본당 지붕은 팔작지붕(한자의 팔(八)자 모양으로 생긴 한옥 지붕 구조 중 한 형태)으로 한식 기와를 얹었고, 지붕 아래에는 팔각 채광창이 있다. 양쪽 측면의 개방된 회랑에는 서까래가 그대로 노출돼 있어 한국 전통 목조건축과 서양식 성당 건축이 조화를 이뤘다. 이런 건축양식의 특이함으로 국가지정 사적 제318호로 지정돼 있다.
공중에서 본 전북 익산시 망성면 나바위성지의 모습. 익산시 제공
성당 뒤쪽 넓은 잔디밭 광장에는 갓을 쓴 김 신부의 동상이 있다. 도포를 걸치고 한쪽 손을 든 성인의 모습이 바티칸에서 공개된 성상과 비슷한 분위기를 풍긴다. 바로 뒤 산책로를 따라 올라가면 야트막한 산이 나오고, 그 산마루에서 너른 평야를 가로지르는 금강의 풍광을 둘러볼 수 있는 정자 ‘망금정’이 있다. 그 옆으로 25살 나이로 순교한 김 신부의 순교비가 세워져 있다.
익산시 관계자는 “나바위성지는 김 신부가 중국에서 한국인 최초로 사제 서품을 받고 귀국한 뒤 한반도에서 처음 발을 디딘 곳이다. 김 신부의 모습을 익산에서도 만나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북 익산 나바위성지에 있는 김대건 신부의 순교비. 익산시 제공
익산에는 천주교 성지 나바위성당과 함께 원불교 중앙총부, 기독교 성지 두동교회, 불교문화를 들여다보는 미륵사지와 심곡사가 자리 잡고 있다. 익산시는 이를 활용해 치유와 체험을 융합한 ‘4대 종교 문화체험 다이로움 익산 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