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가 김영록 도지사의 공약이었던 ‘전남도민 인권헌장’(인권헌장) 제정을 일부 종교단체의 반발을 이유로 잠정적으로 중단했다.
전남도는 25일 “전남도민의 날 행사에서 진행할 예정이었던 인권헌장 선포를 취소하고 추가로 의견을 수렴하겠다”라고 밝혔다.
앞서 전남도는 지난 8월30일 인권헌장 초안을 공개했다. 도는 9월13~14일 무안과 순천에서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한 뒤 최종안을 확정해 10월25일 전남도민의 날에 선포할 계획이었다.
인권헌장 초안은 4월부터 인권전문가 11명이 참여해 주거·교육·환경 등 주민의 삶과 밀접한 보편적 기준과 이행원칙을 담아냈다. 초안은 1장 일반원칙, 2장 자유롭게 소통하며 함께하는 전남, 3장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전남, 4장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전남, 5장 안전하고 살기 좋은 전남 등 5장으로 나눠 22개 원칙과 권리가 담겨 있다.
일부 기독교단체와 학부모단체는 공청회 등에서 제2조 1항이 문제가 있다며 전면 철회를 요구했다. 차별금지 원칙을 담은 해당 항목은 ‘모든 도민은 합리적 이유 없이 성별, 나이, 종교, 장애, 국적, 인종, 경제적 지위 및 사회적 신분, 성적지향 및 성별 정체성 등 어떤 이유로도 차별을 받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고 쓰여있다.
반대 의견을 내놓은 단체 등은 “트렌스젠더, 동성애 등을 비호하고 가정의 정의를 해체해 가정과 나라의 뿌리를 흔들려고 한다”며 “불법체류자를 무분별하게 옹호하고 여순사건 등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막는 것을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전남도가 접수한 반대의견은 전남도 누리집 게시글 700여건과 전화 항의 등 2300여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찬성의견은 26건이었다.
전남도 관계자는 “초안 작성 위원들이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 강행규정을 많이 만들었는데 범기독교계와 학부모단체의 반발이 심하다”며 “모두가 공감하는 인권헌장을 제정하기 위해 추진을 잠정적으로 중단하고 의견을 좀 더 듣겠다”고 말했다.
전남의 한 시민노동단체 관계자는 “인권헌장은 전남도가 인권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알 수 있는 지표”라며 “전남도가 소신대로 추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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