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고등법원·지방법원 전경.광주지법 누리집 갈무리
광주고등법원이 5·18민주화운동 희생자 유족의 배상청구권을 인정하면서도 청구권 소멸기준을 1990년으로 정해 5·18유공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광주고법 민사2부(재판장 양영희)는 ‘5·18 시민군 대변인’ 고 윤상원 열사의 어머니와 형제·자매 등 유족 7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5·18위자료 청구 소송에서 원고가 일부 승소한 원심을 깨고 원고 일부 패소 판결을 내렸다.
윤 열사의 유족은 2021년 5월 헌법재판소가 ‘보상금을 받았으면 민사소송법에 따라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본다’는 5·18보상법 제16조를 위헌이라고 판단하자, 같은 해 11월 정신적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올해 2월 1심 재판부는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며 윤 열사 어머니에게 3억2천만원, 형제·자매 6명에게 각각 2333만원을 배상하라고 주문했다.
이에 정부는 민법 제766조에 나온 청구권 소멸시효 기준(손해나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또는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을 들어 유족의 위자료 청구권 소멸시효가 지났다며 항소했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정부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정부의 불법행위로 유족이 받은 정신적 피해를 인정하면서도 5·18보상법에 따라 윤 열사의 사망보상금 지급 결정이 나온 1990년 12월을 손해배상 청구권 소멸시효 시작일로 판단했다. 5·18보상법 제16조 위헌 판단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권은 피해당사자인 윤 열사만 있다는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유족)들이 위자료 채권을 행사하는데 법률적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 1심 판결은 부당해 취소한다”고 밝혔다.
이에 5·18희생자 유족들은 “1990년에는 정신적 손해배상 청구권이 있는지 몰랐다”고 지적했다. 5·18희생자 유족인 차종수 5·18기념재단 기록진실부장은 “1990년은 피해당사자들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었던 상황인데 어떻게 유족이 소송을 제기할 수 있었겠느냐”며 “5·18보상법 위헌 판단이 나온 2021년 5월을 소멸시효 시작시점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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