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을 피해 한국으로 피신한 고려인 동포들이 지난해 4월 광주 고려인마을에서 전쟁 반대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고려인마을 제공
전쟁 참상을 겪은 우크라이나 고려인들의 입국을 계기로 난민에 대한 수용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8일 ㈔고려인마을이 누리집에 공개한 고가영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교수의 ‘우크라이나 전쟁 난민 유입과 광주고려인마을 공동체의 확장’ 논문을 보면, 우크라이나 고려인들은 예멘이나 아프가니스탄 난민과는 구별되는 특징이 있다. 고 교수는 지난 3일 고려인마을, 호남대학교, 광주 광산구가 공동주최한 ‘광주 외국인 주민의 사회적 참여 현황과 과제’ 학술대회에서 이 논문을 발표했다.
고 교수는 한국사회가 우크라이나 전쟁 난민이 된 고려인들을 보편적 인권문제로 접근하기보다는 ‘불쌍한 동포 돕기’라는 민족주의적 시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한계를 지녔다고 분석했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 병합 이전 우크라이나에는 고려인이 3만명이 거주했으나,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는 1만2000명으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광주시민사회의 항공권 지원으로 900명이 한국행 비행기를 타는 등 모두 1200명이 전쟁을 피해 입국한 것으로 집계됐다. 고 교수는 입국 고려인들은 전쟁 초기 미성년 자녀들이 대부분이었으나 한국사회의 도움이 늘며 일가족 전체, 무국적자들, 노년층으로 범위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입국한 고려인들의 체류 자격은 난민과 동포 중간이라는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난민 인정에 소극적인 한국정부는 1994년부터 올해 3월까지 난민 신청을 한 4만7735명 중 3874명(8.1%)만 난민으로 인정(인도적 체류 포함)했다. 우크라이나 고려인들은 난민이 아닌 동포 자격으로 체류하며 기초생활보장 등 난민에 대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고려인마을 등 한국사회도 이들을 전쟁 난민이 아닌 ‘우크라이나 탈출 고려인’으로 부르고 있다. 고 교수는 이런 배경에 2018년 4∼5월 제주도에 입국한 예멘 국민 561명 중 549명이 난민 신청을 하며 우리 국민 사이에서 부정적 여론이 형성된 점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는 2021년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을 철수할 때 한국대사관 직원들과 함께 입국한 아프가니스탄 협력자와 가족 378명을 ‘특별기여자’라고 부른 상황이 있다.
고 교수는 “우크라이나 고려인들의 입국이 향후 한국사회의 인권 감수성을 높이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지만 난민에 대한 수용성은 낮출 수 있다”며 “특별한 수식어가 있어야 하는 선별적 환대에서 벗어나 재난을 당한 난민을 긍정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사회로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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