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원 작가와 강대철 조각가. 해남땅끝순례문학관 제공
구도의 길 위에 선 소설가와 조각가가 명상과 참선을 주제로 제작한 작품들을 전시한다.
전남 해남군 땅끝순례문학관은 다음 달 10일까지 시인이자 소설가인 송기원 작가와 강대철 조각가의 특별 초대전을 연다. ‘시인의 초상 또는 조각가의 상념’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전시회는 협업을 통해 나온 두 작가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자리다.
송기원 작가는 잠언시와 해골을 주제로 그린 수묵화 등 작품 15점을 선보인다. 또 새로 나온 ‘그대가 그대에게 절을 올리니’(살림출판사 펴냄) 등 시집 2권과 소설선집 1권도 전시한다.
강대철 조각가는 종이를 진흙 질감으로 구현해 낸 망초꽃 등 50여 점의 부조 작품을 내놓았다. 작품 중엔 송기원 작가의 정신과 시 세계를 표현한 부조 작품도 포함됐다.
송기원 시인의 `그대가 그대에게 절을 올리니' 등 시집과 소설선집. 땅끝순례문학관 제공
두 작가의 공통 관심사는 명상과 비움, 선(禪)이다. 전남 보성 출신인 송 작가는 1974년 중앙일보와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와 소설이 동시에 당선돼 화려하게 등단했으며, 오영수 문학상, 대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송 작가는 일찍이 명상과 깨우침에 뜻을 두고 지리산, 인도, 네팔 등을 다니며 수련했다. 그의 작품 ‘숨’(2021·마음서재 펴냄)은 명상의 여정을 담은 결과물이다. 명상소설이라는 부제를 단 장편 ‘숨’은 작가이자 구도자로서 그가 도달한 세계의 정점을 보여주는 자전적 작품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송 작가는 해남군이 2017년 개관한 땅끝순례문학관 옆에 마련한 백련재 문학의 집 거주 작가로 창작 활동을 하고 있다.
강대철 조각가도 미술계를 홀연히 떠나 자신을 찾는 수행에 몰두했던 작가다. 1978년 국전 문공부 장관상과 제1회 중앙미술 대상을 받은 뒤 한국 조각계에서 촉망받는 작가로 활동하던 중 2005년 구도의 길로 나섰다. 그는 전남 장흥 사자산 기슭에서 6년 동안 곡괭이를 들고 토굴을 파며 수행을 하다가 예기치 않게 점토층으로 이뤄진 산의 속살과 만난다. 지난해 펴낸 ‘강대철 조각토굴’(살림출판사 펴냄)은 100m가 넘는
토굴에 부처와 예수 등을 조각했던 구도와 예술의 여정을 담은 책이다. 지난해 시화집 ‘어느 날 문득’(살림출판사 펴냄)도 낸 그는 현재 장흥에 살고 있다.
강대철 조각가가 새긴 조각토굴. 살림출판사 제공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