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번째 유라시아 대륙 횡단에 도전한 김현국 ㈔세계탐험문화연구소 소장이 시베리아 횡단도로 중 러시아 아무르 주에서 찍은 사진.김현국 소장 제공
“400㎞ 좁은 땅덩어리에 5천만명이 갇혀 사는 현실이 답답했습니다. 눈을 조금만 돌려 유라시아 대륙을 보면 많은 기회가 있어요. 차를 타고 바이칼호수로 가서 낚시하고 발트해에서 윈드서핑을 하는 생활을 꿈꿔봅니다.”
12일 김현국(55) ㈔세계탐험문화연구소 소장은 여섯번째 유라시아 대륙횡단에 성공한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그는 ‘길은 평화다’라는 구호를 내걸고 5월10일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을 출발, 부산을 거쳐 강원도 동해항에서 여객선을 타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해 대륙 횡단을 도전했다. 러시아 횡단도로, 유럽도로(E30)를 따라 하바롭스크~노보시비르스크~예카테린부르크~모스크바~폴란드 바르샤바∼독일 베를린을 지나 9월6일 최종 목적지인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도착했다. 이후 북쪽으로 이동해 노르웨이 오슬로∼스웨덴 스톡홀름을 거쳐 ‘세상의 끝’으로 불리는 유럽 최북단 노르웨이 노르드캅에서 귀로에 올라 지난달 17일 동해항으로 입국, 같은달 27일 광주에 도착했다. 6개월 동안 이동한 거리는 3만2000여㎞에 달한다.
그동안 모터바이크를 이동수단으로 삼았던 김 소장은 이번 여정에서는 ‘광주형 일자리’ 결과물인 캐스퍼를 타고 상생의 의미를 세계인에게 전했다. 김 소장은 “누구나 출퇴근용 차량으로 유라시아 대륙을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캐스퍼를 이용했다”며 “이번 도전으로 시베리아 횡단도로의 겨울 환경에 대한 자료가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김현국 ㈔세계탐험문화연구소 소장의 유라시아 대륙 횡단 경로. 김현국 소장 제공
다섯번의 경험이 있었지만 대륙횡단은 쉬운 일이 아니라고 했다. 30t 트럭이 시속 100㎞로 스쳐 지나갈 때는 바람에 차량에 휘청거리고 끊임없이 길 위에서 달리고 멈춰 서기를 반복하는 것은 심신을 지치게 했다. 러시아 연해주에서는 호랑이가 출몰하는 곳을 피해 달렸고 바이칼 자연보호구역에서는 곰을 만나기도 했다. 러시아 현지인들은 큰 소리를 내는 휴대용 폭탄을 가지고 다니며 맹수를 쫓는다고 했다.
김 소장은 “러시아 트럭 운전사들은 여름철은 하루 1000∼1200㎞, 겨울철은 800㎞를 이동한다”며 “영하 40도까지 떨어지며 주의해야 할 사항이 많지만 준비만 철저히 하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행자 복합공간과 가상현실 게임을 만들어 그동안 축적했던 경험을 공유할 계획이다.
전남대 법학과 87학번으로 대학 신입생 때 민주화를 경험했던 김 소장은 통일 문제에 자연스럽게 시선이 갔고 1994년 시베리아에서 배낭여행을 하며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이 생겼다고 한다.
김 소장은 “우리에게는 북한이라는 장벽이 우리나라와 유라시아 대륙을 가로막고 있다는 인식이 있다”며 “이제 이데올로기의 시대는 지났다. 디지털 기반의 세계화를 향해 가는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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