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1일부터 장기 휴관에 들어가는 전남 순천시 청소년직업체험센터 ‘순천만잡월드’. 순천시 제공
어린이 직업체험을 위해 수백억원을 들여 조성한 전남 순천만잡월드가 개관 2년 만에 장기 휴관한다.
순천시는 “다음달 1일부터 10개월간 순천만잡월드를 휴관하고 시설 개선에 들어간다”고 19일 밝혔다. 순천시는 예산 18억원을 투입해 인공지능, 가상현실 등 어린이, 청소년들이 관심을 갖는 내용을 새롭게 구성하겠다고 설명했다.
2021년 10월16일 문을 연 순천만잡월드는 예산 487억원이 들어간 어린이, 청소년 직업체험기관이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1층은 정원디자인센터, 자연환경연구소, 야생동물구조센터, 패션예술센터, 소방서, 경찰서 등으로 구성했고 청소년 대상 2층은 미디어 스튜디오, 반려동물센터, 3D 프린팅연구소 등으로 채워졌다. 개장 직후에는 연간 예상 방문객 수를 20만명으로 예상할 정도로 관심을 끌었지만 올해 5만여명 수준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순천시의 휴관 결정에 노동자들은 반발하고 있다. 순천시는 올해 12월31일 위탁 운영업체 계약 만료에 따라 위탁업체 소속 노동자들도 재계약하지 않겠다고 통보한 상황이다. 순천만잡월드 누리집에도 휴관을 알리는 공지사항은 찾아볼 수 없다. 민주노총 공공연대노조 순천만잡월드지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순천만잡월드는 민간위탁 방식으로 운영하면서 수탁사인 ㈜드림잡스쿨에 그동안 적자보전금 형태로 지원한 금액만 34억에 이른다”며 “개관한 지 2년 만에 1년 동안 문을 닫아 50여명의 노동자가 하루아침에 실직자로 전락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장기 휴관은 순천시가 고용승계를 회피하려는 모습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487억원이 들어간 건물시공이 부실이었거나 애초 사업설계에 문제가 있었다는 책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노조의 감사원 공익감사 청구 결과 사업비의 원가 정산을 소홀히 해 순천시가 1억1천만원을 위탁업체에 과다 지급했고 고용노동부 ‘민간위탁 노동자 근로조건 보호 가이드라인’이 지켜지지 않는 등 4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김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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