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전두환 반란세력의 보도검열에 저항했던 언론인들이 5·18민주화운동진상조사위원회(5·18조사위)의 보고서에 언론탄압 가해자와 피해자들을 실명으로 표기해달라고 요구했다. 5·18조사위는 실명 표기를 엄격히 제한하는 보고서 작성 원칙을 들어 난색을 보이고 있다.
1980년 해직기자 출신인 윤후상 전 한겨레 편집국장은 20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전두환 신군부의 언론탄압은 역사적으로도 자명한 사실이며, 피해자인 우리는 명예롭게 언론의 자유·진실·정의를 위해 투쟁하다 해직됐다. 가해자와 피해자 이름을 공개하고 후대에 알려 이런 역사적 과오를 반복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대책위원회’는 지난 15일 송선태 5·18진상조사위원장을 만나 강제해직 언론인들의 명단을 조사위 보고서에 실명으로 표기해달라는 공식 요구서를 전달했다. 문서에서 대책위는 “가·피해자의 이름과 직책 등 개인정보를 비식별 처리하지 말고 공개해달라. 해직 언론인의 명예회복과 역사의 교훈으로 남기기 위해서는 신군부에 의해 강제해직된 사실이 분명하게 적시 공개돼야 한다”고 밝혔다.
강제해직 피해자들의 요구에 5·18조사위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실명 표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조사위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국가 보고서에는 형사 처벌을 받은 가해자는 실명을 표기하지만, 참고인·피해자·조사 대상자의 경우 당사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실명으로 처리할 수 없게 돼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 작성 원칙상 내년 6월에 펴낼 예정인 5·18조사위의 최종 조사보고서에 언론인 강제해직 피해자들과 이를 지시한 가해자들의 이름을 적시하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다만 조사위 쪽은 “강제해직 언론인들이 실명 공개에 동의한다는 문서를 보내온다면, 최종 의사결정 기구인 ‘9인 전원회의’에서 동의자에 한해 보고서 부록에 실명을 공개하는 방안을 논의해볼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1980년 7월부터 9월까지 전두환 반란세력에 의해 강제해직된 언론인은 1000명이 넘는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