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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화가로 변신한 땅끝 해남 주민들…“아즉도 내겐 사랑이 있지라”

등록 2023-12-25 15:39수정 2023-12-25 15:55

지역문화 활력촉진 사업으로 주민 호응 얻어
테라코타로 마을 담벼락을 꾸민 전남 해남군 송지면 영평마을.해남군 제공
테라코타로 마을 담벼락을 꾸민 전남 해남군 송지면 영평마을.해남군 제공

평범한 어촌마을이었던 전남 해남군 송지면 영평마을은 지난해부터 마을 안 담벼락을 주민들이 직접 만든 테라코타(구운 점토) 작품 300여점으로 장식하며 이색적인 풍경으로 변했다. 임여사, 광암네, 소희 등 주민 별명을 써넣은 얼굴 작품부터 벽화에 테라코타를 붙여 입체적인 모습을 갖춘 꽃작품까지 다양한 볼거리가 생겼다. 어릴 적 보따리 하나 들고 시집오던 모습, 학창시절 친구들과 놀던 모습 등 마음속 추억도 조형물로 선보였다.

송지면 송종마을 주민들은 지난해 말 사진집 ‘송종리 마을 사람들’(천년의시작)을 펴냈다. 박병두 작가가 촌장으로 있는 ‘인송문학촌 토문재’ 입주 작가들과 해남 공직자들도 힘을 보탰다. 책에는 사진과 함께 주민들이 직접 쓴 시 한 구절이 실렸다. ‘일하다 잠시 허리를 평게 먼 곳이 뵈네’(용석근 작 ‘먼 곳’), ‘어느 마라토너 못지않게 달릴 수 있당게 그리고 아즉도 내겐 피울 불꽃 사랑이 있지라’(최정수 작 ‘제2의 청춘’) 등 일상의 순간과 감상을 짧은 시로 표현했다. 작품 속 시는 마을 벽화로도 제작돼 발길을 끌고 있다.

해남군 지역문화활력촉진사업단은 “지난해부터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역문화 활력촉진 사업을 추진하며 주민 호응을 얻고 있다”고 25일 밝혔다. 지난해 43개 마을 주민 999명과 예술강사 102명 등 1100여명에 이어 올해는 24개 마을 주민 541명과 강사 76명 등 600여명이 참여했다. 이중 영평마을과 송종마을 등 9개 마을은 2년 연속 참여했다.

이 사업은 마을 주민들이 하고 싶은 문화사업을 선정하고 전문가 자문을 받은 뒤 직접 기획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마을 합창단, 공예, 시서화 등 평소 꿈꿔왔지만 기회를 접하지 못한 다양한 문화활동이 해남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해남군은 참여 주민 75%가 65살 이상이라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그림 강사로 참여한 조일옥씨는 “생전 처음 붓을 잡아본 할머니들은 누가 떠들기라도 하면 ‘나 그림 집중한께 조용히 하쇼’라고 그림 그리기에 푹 빠진 모습이었다”며 “평생을 농사만 짓고, 바닷일만 하던 손으로 그림을 그리거나 시를 쓰며 ‘새롭게 태어난 것 같다’는 어르신들의 이야기에 뿌듯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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