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전북 전주시 노송동 주민센터에서 직원들이 얼굴없는 천사가 놓고간 성금을 확인하고 있다. 전주시 제공
올해도 전북 전주시 완산구 노송동 ‘얼굴 없는 천사’가 어김없이 찾아왔다.
전주시는 27일 “이날 오전 10시13분께 노송동 주민센터에 중년의 남성 목소리로 한 통의 전화가 왔다”고 밝혔다. 이 남성은 “주민센터 인근 교회 표지판 뒤에 상자를 두었으니 불우한 이웃을 위해 써주세요”라는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고 한다.
현장으로 달려간 직원들은 상자 하나를 발견했다. 상자 안에는 지폐 다발과 돼지저금통 1개가 있었다. 또 “올 한해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불우한 이웃을 도와주세요. 감사합니다”고 적힌 메시지도 들어 있었다. 성금은 모두 8006만3980원으로 집계됐다. 5만원권 지폐 1600장, 500짜리 동전 76개, 100원짜리 동전 245개, 50원짜리 동전 12개, 10원짜리 동전 88개이다.
이 성금은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과 소년소녀가장 등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될 예정이다. ‘얼굴 없는 천사’의 선행은 2000년 4월부터 시작했다. 당시 한 초등학생의 손을 빌려 58만4000원이 든 돼지저금통을 놓고 사라졌다. 그가 올해까지 24년째 25차례에 걸쳐 두고 간 성금은 모두 9억6479만7670원이다.
전주 얼굴 없는 천사’는 최근 올해 제정된 제1회 HD현대아너상 대상과 ‘1% 나눔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HD현대아너상은 어려운 이웃을 위해 헌신하는 시민 영웅을 발굴·지원하기 위해 ‘HD현대1%나눔재단’이 올해 새롭게 만든 상이다. 시상금 2억원은 ‘얼굴없는 천사’의 뜻에 따라 소외계층을 돕는 일에 사용된다.
송해인 전주시 노송동장은 “한 해도 빠짐없이 익명으로 어려운 이웃을 위해 큰 사랑과 감동을 선사한 ‘얼굴 없는 천사’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그의 바람대로 나눔이 지속해서 이뤄져 더불어 행복한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송동 일대 주민들은 얼굴 없는 천사의 선행을 본받자는 뜻에서 천사(1004)를 생각하도록 10월4일을 ‘천사의 날’로 정해 나눔행사를 연다.
박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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