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의 시기, 관객과 소통 위해 창단
광주 미술+여러 예술 융합해야 상승”“예수는 33살에 민중을 구원했는데 나는 이 나이에 무엇을 해야 하나. 연극이라는 직접적인 예술로 시민에게 다가가자고 생각했습니다.”
지난 9일 광주 동구의 푸른연극마을공연장에서 만난 오성완(61) 푸른연극마을 대표는 창립 30주년 기념공연을 앞두고 1993년 30살 때 극단 ‘푸른연극마을’을 창단하게 된 배경을 이같이 밝혔다. 오 대표는 “1980년 고등학교 2학년 때 연극반에 들며 5·18을 만났고 대학 땐 시위에 미쳐 있었다”며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 혼란스러운 시기에 방황하면서 문득 예수가 떠올랐고 극단을 만들어 우리의 목소리와 몸짓으로 관객과 소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극단 이름은 오 대표의 모교 별칭인 ‘푸른숲’에서 따와 푸른 소나무처럼 기상을 갖자는 의미와 공동체 정신을 담았다.
푸른연극마을은 매년 연극을 무대에 올리며 신명(1982년 창단), 토박이(1983년 창단)와 함께 광주를 대표하는 극단으로 자리 잡았다.
극단 공동 대표이자 오 대표의 부인인 이당금(56) 대표는 “이번 30주년 기념 공연을 준비하면서 ‘앞으로 30년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가’에 대한 많은 고민이 있었다”며 “‘광주에서 힘들지만 꿋꿋하게 버티는 예술단체가 있구나’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무대 미술을 맡은 한희원 작가는 “연극은 자본이 있어야 하지만 푸른연극마을은 자본과 타협하지 않으면서 극단 배우를 유지하는 단체”라며 “광주는 미술이 강하지만 연극, 문학, 무용 등 다양한 예술이 융합해야 동반 상승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기념공연으로는 프랑스 플로리앙 젤레르의 희곡 ‘더 파더’를 선택했다. 17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월요일을 제외한 평일 저녁 7시30분, 토∼일요일 오후 4시30분 무대에 오른다. 치매를 겪는 노인이 고립되는 과정을 다룬 작품으로 인간을 향한 따뜻하면서도 애처로운 시각이 녹아 있는 작품이다. 주인공인 80살 노인 앙드레 역을 맡은 오 대표는 “인간 존재에 대해 묻는 작품”이라며 “‘죽음의 과정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생각하면 주변에 피해를 줬는지 성찰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푸른연극마을은 이번 공연을 계기로 미래를 준비한다는 방침이다. 이 대표는 “이번 공연 배우 6명 중 우리 부부를 제외한 나머지가 20∼30대”라며 “미래 주역에게 자리를 넘겨주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