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노동·여성정책 등 외부 전문가들이 신설된 전문임기제를 통해 지방정부에 들어가 공직의 신선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가운데 일부 지역에선 전문임기제가 선출직 시·도지사의 ‘보은인사’나 ‘측근 챙기기’ 수단으로 퇴색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4일 17곳(세종시 포함) 광역 지방정부의 전문임기제 운영 현황을 보면, 충북도를 제외한 16곳에서 전문임기제로 32개 직위를 두고 27명을 채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84%인 22명이 2~3급 상당의 고위직이다. 전문임기제는 ‘지방공무원 임용령’이 개정돼 2017년 1월부터 시·도지사가 직접 임명할 수 있는 임용 제도다. 광역 시·도의 경우 3급 상당 이상을 채용할 때만 행안부와 협의한다. 정책 결정 보좌 업무와 전문적 지식·기술 분야 인사들을 별도의 공모 절차 없이 채용할 수 있다.
전문임기제 채용 실태를 보면 지방정부의 핵심 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 광주형 일자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광주광역시는 지난 2월 박병규 전 광주경제부시장을 사회연대일자리 특별보좌관(2급 상당)으로 채용해 자문·보좌 역할을 맡겼다. 옛 도심 살리기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인천시는 지난해 10월 전문임기제로 원도심재생조정관(2급 상당)을 임명했다. 세계 유일의 분단 광역자치단체인 강원도는 평화협력관(3급 상당)을 두고 있다.
전문임기제는 문화·여성정책 등 전문가들의 공직 입문 통로가 되고 있다. 임순영 서울시 젠더특별보좌관(3급 상당)은 여성정책을 조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울산시는 지난 4월 전문임기제(3급 상당) 문화정책특별보좌관에 최승훈 전 대구미술관장을 임명했다. 세종시는 도시 농업정책을 챙기기 위해 농업정책보좌관(3급 상당)을 전문임기제 공무원으로 채용했다.
하지만 전문임기제 운영 과정에서 선출직 시·도지사의 보은인사나 ‘낙하산 인사’ 등의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 때 이용섭 광주시장 후보 비서실장을 지낸 김이강 정무특별보좌관은 지난 7월 3급 상당으로 다시 임명됐다. ‘시장의 복심’으로 불리는 김 특보가 4급 상당으로 공직에 입문해 1년 만에 3급 상당으로 직급이 상향되자 일각에선 ‘시장 측근 챙기기’라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광주시 쪽은 “다른 자치단체의 정무특보 직급이 2~3급 상당이 많아 상향 조정했다”고 말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지난 7월 정무특별보좌관에 경윤호씨를 2급 상당 전문임기제로 임명했다. 경 특보는 원 지사와 ‘정치적 동지’였던 남경필 전 경기지사의 ‘측근’ 인사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원 지사의 중앙정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전북도는 지난해 8월 정무특별보좌관 등 2~3급 상당의 전문임기제 자리 2개를 신설하고도 도의회의 반발 등으로 아예 임명하지 못하고 있다.
정대하 허호준 신동명 박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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